서서 밥 먹는 아이들
한 중학교, 밖에 세워두고 남긴 급식 먹여 `물의’
급식시간에 식판을 들고 서서 밥을 먹는 중학생들이 있다. `잔반을 남겨선 안된다’는 학교측의 지도를 지키지 못한 탓이다.
식당 내에서 서서 먹는 부류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더러 식당 밖에 서서 남은 음식을 먹어 없애야 한다. 잔반처리장이 건물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찬바람 불었던 지난 15일 급식시간에도 야외에서 식판을 비우는 애처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서구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음식물쓰레기를 만들지 말고, 편식을 줄여 건강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잔반 없애기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 이 학교 ㅂ교장의 설명이다.
“학생들 하는 대로 놔뒀더니 한끼 식사 후 음식물쓰레기통 5~6개 분량의 잔반이 나오는 현실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는 것.
“이렇게 실천한 결과 이제 쓰레기통 1개 정도의 음식물만 버려진다”고 했다. 성과를 거뒀다는 자평인 셈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가혹하다”는 반응이다.
“안먹을 반찬이라면 받지 말라고 하지만, 북새통 속에서 떠밀려 받기도 하고요. 생각 만큼 입에 맞지 않아 먹기 싫을 때도 있잖아요.” 현장에서 만난 한 학생의 하소연이다.
지도는 봉사부 학생 5~6명과 지도교사 1명이 담당한다. 학교측은 이를 근거로 학생들 “자율규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3학년생 한 명은 “1·2학년 때도 사정은 같았지만 먹는 시늉만 하면 적당히 봐줬다”면서 “올해 지도교사가 바뀌면서 무조건 다 먹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사나 학교의 방침에 따라 지도강도가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야외에서 식사를 하는 이유는 단속에 적발된 지점에서 잔반을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식당문을 나선 후 봉사반 학생들에게 지적을 당하면 요즘같은 겨울에도 `찬바람속 점심’이 불가피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에겐 음식물 남기지 않기가 `발등의 불’이 됐다.
반찬이 맘에 들지 않으면 아예 식사를 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고, 일부 학생은 남은 음식을 슬며시 바닥에 버리기도 한다.
“올 여름엔 한 학생이 포도알을 바닥에 버렸다가 적발됐어요. 선생님이 씻어오게 해서 끝까지 먹였다니까요.”
`성과를 거뒀다’는 학교측의 자평이 `인권침해’라는 비난에 묻히는 대목이다.
한편 이 학교 ㅂ교장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인데 학생들의 자율권을 침해한 것 같아 곤혹스럽다”면서 “추운 날 밖에서 떨면서 먹게 한 것은 잘못이다. 당장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
|
|
자유게시판
132
7
6
서서 밥 먹는 아이들-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