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등 일부 지역에서 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성적 조작이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학업성취도평가 무용론이 힘을 얻고 있다. 신뢰도가 추락해 평가 결과를 학생들의 진짜 성적으로 믿기 어려운 만큼 학업성취도평가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
19일 지역교육단체들에 따르면 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은 일선 학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채점이 각 단위학교 별로 이루어지기 때문. 또 주관식 문제의 경우 채점자의 주관에 의해 성적이 부풀려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업성취도평가의 채점 방식, 집계 과정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역교육단체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학업성취도평가 같은 획일적인 평가 시스템은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이미 허점이 발생한다는 것. 광주전남교육연대 관계자는 “시험을 볼 때 감독교사가 학생들의 커닝 행위를 묵인하거나 몇 문제의 답을 가르쳐 주면 학교의 평균성적이 월등히 상승한다”며 “시험 성적에 따라 학교의 서열이 결정되고 성적 나쁜 학교는 책임추궁을 받을 게 뻔한데 성적 부풀리기에 나서지 않을 학교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주관식 문제의 경우 성적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채점기준에 따라 성적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 맞춤법 등의 작은 실수를 정답으로 인정할 경우 학교 평균 점수가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예전 전국단위 일제고사를 볼 때 한 학교의 채점을 담당했는데 주관식 채점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학교장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며 “이번 학업성취도평가도 채점자의 채점 기준에 따라 주관식 문제 성적이 많은 차이를 보였을 것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교과부가 학업성취도평가 실시 이유로 제시했던 ‘학력격차 해소’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광주시교육청은 학업성취도평가 평과 발표 이후 추경예산에 21억5000만 원을 증액 편성했다. 이 예산을 이용해 기초학력 부진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학교나 학생의 특성에 맞는 학력 증진 프로그램을 마련해 기초학력 부진 제로화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일선학교 교사들은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정책들이 오래 전부터 실시돼 왔지만 전문 강사와 시설 부족으로 기초학력 부진 학생 비율은 별반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기초학력 부진에 대한 책임을 담임 교사에게만 전가해 교사들이 학력테스트 며칠 전 기초학력 부진 학생에게 문제를 미리 가르쳐 준다”며 “학교 서열화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임실교육청의 성적 허위보고 파문과 관련,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의 모든 초ㆍ중ㆍ고교에 대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모두 재조사하기로 19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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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평가 무용론 확산-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