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마일리지’ 체벌 대안될까
올해 광주 초·중·고 88개교 도입
상·벌점 합리적 기준 마련이 관건
‘그린마일리지’ 제도가 과연 교사와 학생의 인권을 모두 존중하는 체벌 대체 생활지도 방안이 될 수 있을까?
광주시교육청이 체벌 위주 학생 선도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그린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광주지역 88개 학교가 체벌 대신 이 제도를 선택했다. 초등학교 13개교, 중학교 57개교, 고등학교 18개교 등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바라보는 학교의 시선은 둘로 갈린다. 우선 잘만 운영되면 획기적인 생활지도 방식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반면 상점과 벌점 부과에 따른 공정성이 없을 경우 체벌보다 더한 학생 인권 침해 도구로 전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린마일리지 제도는 학생이 학교 생활규정을 어길 경우 체벌 대신 벌점을 주는 제도다. 흡연이나 음주, 두발, 지각 등이 적발되면 벌점을 부과한다. 하지만 봉사활동에 참여하면 칭찬점수를 줘 이를 상쇄하는 방식이다. 벌점이 일정 기준을 넘게 되면 선도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를 받는다. 반대로 상점이 많이 쌓일 경우 상품이나 선행상을 수여하게 된다.
문제는 학생과 교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상·벌점의 기준마련이다. 시교육청은 대략의 윤곽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기준안은 개별 학교 상황에 맞게 학교구성원들이 협의를 통해 마련한다.
그린마일리지를 도입한 A중학교의 한 교사는 “학교의 생활지도 문화 자체가 학생들에 대한 규제 중심이었기 때문에 상점보다 벌점이 남발될 확률이 높다”며 “하지만 상·벌점의 기준을 마련할 때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이 공정하게만 적용된다면 학교가 밝아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 의견이 고려되지 않을 경우 역효과가 우려된다. 교사들이 일방적으로 벌점 기준을 정하고, 벌점 누적에 따른 처벌 기준을 강화할 경우 체벌보다 더한 학생 인권 침해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린마일리지 제도는 교육과학기술부 특별 시책사업으로 다른 지역 시·도교육청에서 비슷한 제도를 시행한 사례가 있다. 실제로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일정 수준의 벌점이 되면 학생을 징계하고, 심지어 다른 학교로 전학을 지키는 경우도 있었다.
시교육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점이 높을 경우 학생에게 순화교육을 시키고, 교내 봉사활동 참여를 통해 상점을 주어 벌점을 감해 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또 담당 교사가 상·벌점을 전산 입력하면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생활 정보를 곧바로 문자서비스로 알 수 있도록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관건은 합리적인 상·벌점 기준 마련인데 학교 구성원 전체가 참여해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도록 했다”며 “제도를 시행하다 보면 무리하게 벌점을 적용하는 학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시범운영이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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