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리자 입맛에 맞게
[위태로운 학운위]<상>불법 판치는 위원 선출
선출관리위 구성없이 학교가 선거 주도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되면서 학교는 많은 변화를 이뤘다. 그러나 시행 10년도 되지 않아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학운위원 선출 과정은 불법이 난무하고, 교육감과 교육위원 직선제 시행으로 학운위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도 뚝 떨어졌다. 학교가 살려면 학운위가 살아야 한다. 학운위는 학교의 모든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기구이다. 흔들리는 학운위를 3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주>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학부모면 누구나 학부모위원에 입후보할 자격이 있는데 실제로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선거도 하기 전에 이미 위원이 결정된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투표로 선출된 위원을 학교장이 면담을 통해 바꿔버리기도 한다.” 지난해 한 중학교에서 학교운영원회 학부모 위원으로 활동한 ㄱ(47) 씨의 토로다.
민주적 학교 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학교운영위원회가 오히려 학교의 화근으로 전락하고 있다. 학교 운영에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운영위원 선거에서부터 불법이 판을 치기 때문. 전체 학부모의 의견은 반영되지도 않고, 학교 관리자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에 진출하면서 비민주적 집단으로 추락하고 있다.
학운위는 학교의 거의 모든 정책 결정에 관여한다. 현재 학교 운영의 상당부분은 학교의 재량사항으로 위임돼 있다. 예산도 총액의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예산 편성은 학교 자율로 결정한다. 학운위원들은 학교의 정책 안건을 심의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학운위는 교직원위원, 학부모위원, 지역사회인사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학교의 규모에 따라 8∼15인의 범위다. 구성비율은 통상 학부모가 50%, 교사가 30%, 지역위원이 20% 정도다. 학부모 참여가 가장 많아 제대로 운영만 되면 학생들의 입장에서 학교를 바꿀 수 있는 기구다.
문제는 학원위에 전체 교사나 학부모들의 생각이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 선출 과정에서부터 온갖 불법이 난무하다 보니 생각 있는 학부모들의 참여가 어렵다. 민주적 합의 기구가 합의 기능을 차단하고 있는 꼴이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입후보 때부터 문제가 발생하는데 염두에 두지 않은 사람이 후보 등록을 하면 학교장이 사전면담을 통해 출마사퇴를 종용한다”며 “학교 관리자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대거 진출하다 보니 학운위가 학교장 정책 거수기로 전락한 학교가 수도 없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운위원을 선출하는 3월 말이면 불법선출로 학교가 시끄러운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광주 북구 A 중학교에서는 투표를 통해 선출된 후보가 당선자 발표 명단에서 사라져버렸다.
이 학교는 선출관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학교가 선거를 주도했으며 학부모 전체를 상대로 입후보 등록도 받지 않았다. 특정 후보를 선출시키기 위해 학교장이 나서 경쟁후보의 사퇴를 종용한 것.
광주 서구의 B 초등학교는 무기명 비밀투표를 진행하지 않고, 공개투표를 실시했다. 미리 내정한 학부모를 박수를 통해 뽑기도 했다.
또 일부학교에서는 입후보 등록 자격을 제한하거나 아예 학교장이 투표 없이 임명해 버리는 사례까지 있었다.
학원위원 불법선출은 투명하지 않는 학교 운영과 곧바로 연결된다.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학사운영 등 학교운영에 관한 대부분의 사항을 결정하는 단위가 바로 학운위이기 때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학운위원 불법 선출을 줄이기 위해 상담센터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별반 효과가 없다. 학원위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그다지 높기 않아서다.
학운위원 불법 선출 상담센터 관계자는 “많은 학부모가 학운위에 관심을 갖고 감시 기능을 한다면 일선학교도 마음대로 불법을 저지르지는 못할 것이다”며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밝아지려면 학운위가 바로 서야 하고, 무엇보다 먼저 비민주적 불법선출이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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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판치는 위원 선출-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