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학운위 위원을 하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관심이 없으니 머릿수 채우기조차 힘들고, 학교가 원하는 사람들 위주로 학운위가 구성된다.” 지난해 학교운영위윈회(이하 학운위) 교사위원이었던 한 중학교 교사 ㄱ(47) 씨의 말이다. 그의 발언은 현재 학운위의 위기 상황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학교에서 가장 의미 있어야 할 정책 기구가 모두 외면하는 집단으로 전락한 이유는 ‘떡고물’이 사라졌기 때문. 이전까지 학운위 위원은 교육감 선거와 광주시교육위원 선거의 투표권을 가졌다. 그러나 두 선거 모두 시민 전체가 참여하는 직전제로 전환돼 2010년 6월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동시 진행된다.
문제는 직선제로 개편된 순간부터 학운위 위원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졌다는 것.
한 중학교 학부모 위원 A 씨는 “교육감이나 교육위원 투표권이 있을 때는 선거와 관련해 얻어지는 것들이 적지 않아 선거가 진행되는 해에는 서로 하려고 나섰다”며 “지금은 떡고물보다 오로지 교육에 대한 신념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번거로운 일이 많아 학운위 위원을 하려는 학부모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학운위 교사위원들의 경우 선출되면 그에 따른 업무가 모두 번외다. 바쁜 학교업무에 학운위 활동까지 하게 되면 여유시간이 거의 사라진다. 투표권이 있을 때는 중요정책 결정에 자신의 생각이 반영되는 효과라도 있었지만 현재는 이마저도 사라졌다.
한 중학교 교사위원 B 씨는 “업무만 늘어나 학운위 활동을 하려는 교사가 없어 순번에 따라 떠밀리듯 교사위원을 맡는 학교도 적지 않다”며 “구성원들이 처음부터 하고자 하는 의욕이 없는데 학운위가 잘 돌아갈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원위가 학교 관리자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대거 채워지고,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중재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실제로 지난해 광주 서구의 S중학교에서 학생이 도둑 누명을 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중재에 나선 학운위가 일방적으로 학교측의 입장만을 대변해 갈등을 오히려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학운위의 상황에 대해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투표권이라는 ‘떡고물’이 사라진 만큼 학운위가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재편될 수 있는 기회가 지금이라는 것.
광주전남 교육연대 관계자는 “학운위가 학교의 정책 안건을 심의 결정하는 최고의 기구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밝은 학교의 밑거름이 된다”며 “학운위를 재편시켜 제대로 기능하게 만들면 수의계약 등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부정과 부패도 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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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신세-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