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나는 방과후 학교
신청 안 하는 학생은 강제 자율학습
특기적성 대신 교과 보충수업 변질
방과후 학교가 당초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학교들이 특기적성 교육 대신 국·영·수 위주의 보충수업으로 활용하고 있는데다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 일부 중학교에서는 방과후 수업을 받지 않는 학생들에 대해 강제 자율학습을 시켜 논란이다.
방과후 학교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5년, 현재 광주지역 모든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방과후 학교는 수요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학교 교육활동이다. 정규 수업시간에는 배울 수 없는 문화나 예술 체험활동 위주로 다양한 학습기회를 제공한다. 평균 3만 원 이하의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배울 수 있어 잘만 운영하면 사교육비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바이올린이나 논술, 컴퓨터 등 학생들의 특기를 기르는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된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거나 적성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중·고등학교들이 운영 취지에 맞지 않게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특기적성교육이 아닌 국어와 영어, 수학 등 입시위주의 보충수업으로 활용하는 학교들이 적지 않다.
한 중학교 교사 A 씨는 “지난해 일제고사가 부활하고 학교 성적이 공개되면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주요 5개 과목 보충수업으로 편성한 학교들이 늘고 있다”며 “학교들이 성적 공개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특기적성 교육의 취지는 사라지고, 보충수업으로 방과후 학습이 변질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방과후 학습 참여 여부는 학생 자율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강제 참여를 유도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참여율이 높아야 학교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때문.
서구 A중학교는 최근 방과후 학습 신청을 받으면서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게 했다. 신청을 거부한 학생들은 따로 모아 강제 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다.
아이가 A중학교에 다니는 학부모 B(42) 씨는 “방과후 학습 참여 여부는 학생이 결정을 하는데 학교가 참여를 강요해 어쩔 수 없이 신청을 했다”며 “끝까지 거부한 학생들을 따로 모아 강제 자율학습까지 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방과후 학교에 따른 사교육비 절감 효과도 높지 않다. 학생들은 방과후 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학원으로 향한다. 특히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방과후 학교를 특기 적성교육보다 학원의 연장선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방과후 학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교과 중심의 보충수업을 폐지하고, 소질계발 프로그램들을 적극 개발해 학교에 도입해야 한다”며 “정규 수업시간에 배울 수 없는 스포츠나 문화예술 활동 중심으로 방과후 학교가 운영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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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나는 방과후 학교-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