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 못하지만 다른 건 잘해요”
21일 광주YMCA서 청소년들 일제고사 토론회
“공부 외 특기 적성 찾아주는 것이 교육” 쓴 소리도
김영대 기자zero@siminsori.com
지난해부터 전국 학교에서 일제히 시행되고 있는 일제고사에 대해 청소년들이 말문을 열었다.
지난 21일 광주YMCA 2층 오방실에서는 광주시내 일선학교에 재학 중인 15명의 청소년들이 ‘청소년이 생각하는 일제고사’란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실제 시험을 치렀던 청소년들이 나와 자신들이 느끼는 ‘진단·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고2학생이 먼저 일제고사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지난해 시험 본 거 백지 냈어요. 잘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이 시험, 시험으로 생각하지도 않아요. 단지 일찍 끝나는 것이 좋다고 해요. 일부 상위권 학생들이 본인의 전국 서열을 확인하는 거 말고는 나머지 학생들은 일제고사를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어 또 다른 학생이 말을 이었다.
“일제고사 때문에 선생님들이 야자(야간자율학습의 줄임말)를 안 빼줘요. 그러면서 ‘일제고사 꼴등’ 운운하며 압박을 주고 있어요. 이 시험 하나 때문에 예체능계 학생들의 편의도 봐주지 않고 있어요. 선생님들이 우리를 위해 좀 더 많이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학교 내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은 이런 소통을 할 수 없는 것일까?
한 학생은 “교육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이런 얘길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특이한’ 아이가 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학교를 벗어나 외부적인 활동을 많이 한다는 한 학생은 “교실에서 일제고사가 이렇다는 얘기를 하면 ‘특이한’ 애라며 왕따 취급을 당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이런 이유로 많은 아이들이 별종 소리 듣고 싶지 않아 자신의 내면을 숨기고 살고 있다”고 동감을 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학생들은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청소년을 위한 공약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을 향한 목소리도 높였다.
먼저 한 학생이 “정치인들은 청소년들을 사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만들고 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교육은 평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한 학생은 “자신을 표출하면서 배우는 것이 공부이고 자신의 열정을 연구하는 것이 공부다”며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권리를 주장하면서 함께 다른 사람의 능력까지 키워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생도 이에 동조하며 “정치인들은 경제 경제 하면서 어른들 공약만 짜는데 고작 청소년 공약이란 게 ‘일제고사’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정치를 모르나. 미성숙하다고, 단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우리의 권리를 빼앗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토론회 마지막에 한 학생은 “중요 과목은 못하지만 다른 걸 잘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이들은 바보냐”며 “일제고사, 국·영·수·사·과만 보는데 이거 포기 못하겠다면 차라리 음악, 체육, 기계 등 그 영역을 넓혀주는 게 낫다”고 성토했다.
한편 지난 10일 연기됐던 교과학습 진단평가는 오는 31일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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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수 못하지만 다른 건 잘해요-시민의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