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6시간 학교생활
광주 16개고교 오전7~밤11시
0교시·야자 등 `입시기계’로
우리나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하루에 몇 시간을 학교에서 보낼까. 8시간? 10시간? 12시간? 모두 틀렸다. 16시간이다.
오전 7시까지 등교하려면 적어도 6시20분쯤 집을 나서야 하고, 밤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 마치면 밤 12시가 다 돼야 겨우 귀가한다. 하루 평균 16시간 이상 학교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사설학원까지 다닌다면 고3 수험생은 새벽 1시 이후에나 집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잠은?
28일 광주시교육청이 국회에 제출한 ‘광주지역 고등학교 조기등교 및 야간 자율학습 실시현황’에 따르면 광주시내 41개 인문계고등학교 가운데 아침 일찍 등교해 0교시를 실시하는 학교는 16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3학년만 0교시를 하는 학교는 풍암고 등 6곳이고, 1~3학년 모두 실시하는 학교는 석산고·대동고·서석고·인성고·고려고·정광고·송원여고·동아여고·대광여고·보문고 등 10곳이다. 0교시 유형은 자율학습이 가장 많고 방송수업, 보충학습 등의 순이었다.
등교시간은 서석고·경신여고·동아여고(3학년)가 오전 7시, 고려고·수피아여고(3학년)가 오전 7시10분, 광주여고·첨단고·동신고·석산고·조대여고·살레시오여고·동신여고·보문고·설월여고는 오전 7시20분이었다.
상무고와 동성고는 오전 8시까지 등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광주지역 41개 고등학교는 1~3학년까지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야간자율학습시간은 2시간에서 4시간까지 다양했다. 보통 오후 6시쯤 시작해 밤 11시40분시까지 학교마다 운영시간이 다르다.
진흥고(전학년)와 대성여고(전학년), 첨단고(3학년)는 4시간동안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숭덕고는 3시간 50분, 동성고는 3시간 20분, 석산고·대동고·금호고·인성고·문성고·수피아여고 등은 3시간씩 야간에 공부를 하고 있다.
문제는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이 사실상 강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중학교에서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보충수업과 수준별 수업까지 시행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 전교조와 시교육청에 합의한 단협에는 오전 8시 이전에 등교하지 못하도록 돼 있고 0교시 수업도 없앴다. 또 보충수업은 오후 7시 이전까지, 야간자율학습도 밤10시까지 한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가 일선 학교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광주시교육위원회 윤봉근 위원은 “학부모들이 원하고 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며 “지난 2002년 폐지됐다가 일부 학교와 학부모들이 나서는 바람에 다시 부활됐다”고 말했다.
국민인권행동 아수나로는 “0교시와 강제 야간자율학습은 무차별적인 경쟁으로 내모는 입시체계의 단면”이라며 “교육부에서 금지하고 있고 학교 현장에서도 논란을 빚고 있는데다 청소년 인권을 위해라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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