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서울대 졸업생이다. 82학번이고,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오늘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과 사립대총장들이 이른바 정부의 3불 정책 때문에 대학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정부의 3불 정책이 본고사 불가, 고교등급제 불가, 기여입학제 불가, 이 3가지 때문에 대학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소가 웃을 일이다.
대학경쟁력이 떨어짐을 인정했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것까지 부인하면 일단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고사 불가나 고교등급제 불가 탓은 결국 좋은 학생들을 못 뽑은 탓이라는 말이고, 기여입학제 불가는 엄청난 수업료 상승에도 불구하고 돈을 더 못받은 탓이라는 말이다.
정말 대학경쟁력의 문제가 그런 것 때문인가?
당연히 아니다. 정운찬과 사립대는 문제의 원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정운찬이나 사립대 총장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본고사는 이미 1980년도까지 있었다. 그렇다면 그때는 서울대나 사립대들이 국제 경쟁력이 있었나?
그들은 대학과 재단, 교수 탓을 해야 한다. 문제의 원인들은 본인들에게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최 근 발생한 성균관대 김명호 교수의 재임용 탈락과 석궁사건이나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의 재임용 탈락 사건, 교수를 하려면 돈이 얼마 든다는 얘기를 종합하면, 실력이 있다 하더라도 학교에 밉보이거나 선배나 동료 교수들의 끈끈한 틀에 순순히 항복하지 않으면 강단에서 쫓아 내는 등의 대학과 재단, 교수사회의 부패가 대학의 경쟁력을 저하한다. 수업료는 엄청나게 올리면서도 대학에 투자하지 않는 학교재단의 투자 부족도 그 큰 원인이다.
온 국민이 사교육비를 들여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해서 대학에 들어 간다. 언젠가 우리나라 고교3년생과 프랑스 고교3년생의 하루를 비교한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우리 청소년들은 0교시에 학교 가서 졸다가 밤 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고 끝나면 다시 학원에 가서 새벽 한 두시까지 공부하고 집에 간다. 아침에는 다시 밥도 못 먹고 학교 간다. 프랑스 학생들은 1교시에 학교 가고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다가 방과 후 음악회를 간다. 우리는 상상이 안 가는 생활이다. 대학을 졸업했을 때 우리 학생들이 프랑스 대학생들보다 얼마나 경쟁력이 있나?
고등학교 때 각종 국제 경시상을 휩쓰는 우리 청소년들인데, 대학 졸업할 때 그들이 국제 경쟁력이 있나? 국제 경쟁력이 영어 몇 마디 더 하는 문제가 아니다. 학문을 연마하여 전문성을 기르고, 사회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일상화하여,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사람이 되느냐 말이다.
대 학이 진정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실력있는 교수를 충분히 확보하고, 그들이 마음껏 연구하고 강의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의 비위를 맞추지 않는다고 자르는 비열한 짓을 당장 그만 둬야 한다. 한마디 덧붙이면, 쓸데없이 영어 강좌 늘여서 해당 학문에 대한 심도있는 강의와 치열한 논쟁을 못하게 하는 바보 같은 일도 그만 둬라.
사교육비와 관련해서도 꼭 한 마디 해야 겠다.
최 근 정부의 발표에서도 나왔는데, 특목고 때문에 들어 가는 사교육비가 엄청나다. 특목고는 완전히 폐지하거나 최소로 남겨 두고 모두 없애야 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그 어린 초등학생들을 선행학습의 길로 내모는 각종 영어 인증 시험, 수학 인증 시험 등을 모두 폐지해야 한다. 이런 것들만 없어져도 사교육 전쟁이 많이 사라진다.
DJ의 정책 중 가장 실패한 게 교육정책이다. 엄정하게 비판해야 한다. DJ 때 초등학교에서의 영어 교육을 시작하면서, 유치원에서의 영어교육, 각종 영어학원들의 유치원생들 모집 - 이른바 영어 유치원 - 이 엄청나게 늘었다.
올 해는 특히 정신나간 대학교들이 특목고에 유리한 입시전형을 밝히자 영어유치원이나 특목고 과외 광풍이 불고 있다. 그 정책을 밝히는 넘들의 자식들은 대학 다 졸업해서 더 이상 돈 들일이 없어서 그러고 있나? 동아일보가 사설에 3불 정책이 교육 포퓰리즘이라고 썼다. 동아일보가 고려대학교를 갖고 있어서 그런 모양인데, 물론 어차피 요즘 동아일보를 별로 보는 사람들이 없어서 막가는것 같긴 하지만, 고려대나 경쟁력을 키워라.
정운찬, 사립대총장들, 서울대 발전위,
학생들 탓하지 말고, 너희들의 경쟁력을 키워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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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나온 학부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