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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9 10:29:07

학부모

대구는 어떨까요?

“‘불쌍한 엄마 3종 세트’가 뭔지 아세요? 반장 엄마, 부반장 엄마, 미화부장 엄마래요.” >서울 은평구에 사는 유모(여·38)씨의 말이다.
유씨는 올해 초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들에게 “올해 반장선거는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작년에 반장을 맡은 아들 때문에 학급미화 비용에만 100만원을 썼다. 한 달 4~5번씩 자원봉사에도 끌려 다녔다.
유씨는 “아들이 선생님에게 찍힐까 봐 묵묵히 일했지만, 그 고생을 두 번 겪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떠안는 ‘학교 일’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자녀교육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학교 일’에 참여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학교 눈치를 보며 어쩔 수 없이 학교 일을 떠맡아 각종 부담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급식당번에 화장실 청소까지
새 학기가 되면 학부모들은 ‘가정통신문’을 받는다. 급식당번, 환경미화, 녹색 어머니회, 도서관 사서 같은 활동 중 무엇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적어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식은 ‘자율적’으로 참가 여부를 알리도록 되어 있지만 학부모들은 사실상 강제성을 느낀다.
자녀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모(여·35)씨는 지난 3월말 학교에서 나눠준 ‘어머니 급식당번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맞벌이라서 참가하기 어렵다고 답하면 될 줄 알았는데, 급식당번표 맨 아래에 ‘어머니가 직장에 나가는 경우엔 다른 친척에게 부탁해도 됩니다’라고 적혀 있었어요.
한마디로 의무라는 거죠.” 4월에 어렵게 휴가를 하루 내서 급식당번을 나갔지만, 담임 선생님은 “수고하셨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김청주(여·30)씨는 한 달에 한 번 어깨에 파스를 붙인다. ‘어머니 청소의 날’마다 학교에서 대걸레를 빨고, 화장실 바닥을 닦기 때문이다.
김씨는 “몸이 아파서 한 번 빠졌더니 담임이 딸에게 ‘어머니가 학교 일에 관심이 없다’고 핀잔을 줬다”고 말했다.
◆회장·반장 엄마 기피
권기은(여·39)씨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전교회장을 맡자마자, 도서관사서모임·어머니회·학부모총회 회장을 자동적으로 맡아야 했다”며 “일주일에 사흘씩 학교에 나가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 급식당번 폐지를 위한 모임’의 회장 조주은(여·39)씨는 “학급임원인 어머니들이 부담을 떠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풍토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단지 학교 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이중고(二重苦)를 겪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출부담도 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사는 한 어머니는 “5월만 되면 소화불량에 걸린다”고 말했다. “돈이 가장 많이 드는 달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5월엔 어린이날, 스승의 날 같은 기념일은 물론, 소풍, 바자회, 운동회, 백일장 등 각종 행사가 붙어 있는 게 보통이다. 그는 “스승의 날, 어린이날 행사, 백일장 행사를 위한 간식비로 낸 돈을 합치면 100만원이 넘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은 김모(여·28)씨는 “‘아이가 상 탔으니 스승의 날 꽃 값 좀 내셔야겠다’는 담임의 말 때문에 화환 값으로 수백 만원을 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맑은 서울 교육의 해’를 선포하면서 학부모들이 (학교일 등) 노력공헌을 하거나 금품을 내는 행위를 일절 금지하고 있다”며 “그런 현상이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김경은 기자 larrisa020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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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