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국교육개발원 강영혜 박사의 ‘특목고 현주소와 특목고 정책의 향후 개선방안’ 보고서는 외국어고가 사교육 과열과 공교육 불신을 부추기는 진원임을 잘 보여준다. 특히 외고가 평준화 교육의 보완장치로서 수월성 교육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교사 83% “사교육 없이 특목고 진학 불가능”
외고생 77% 어문계열 지망 안해 취지 실종
■ 외국어 영재교육 취지 실종 =외고 재학생들에게 학교 선택 이유를 물어본 결과, 우수한 환경(면학 분위기)라는 응답(중복 허용)이 67.2%로 가장 높았다. 이어 명문대 진학(49.4%), 어학적성 계발(33.7%), 명문고의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기대(10.7%) 순이다. 한마디로 ‘명문대 진학과 우수학생들이 모여서 만드는 직간접 효과’가 외고 진학의 주된 동기임을 보여준다. 대학에서의 희망 전공분야도 어문계열(23.3%)보다는 법학, 경영학 등 사회계열(61.8%)이 압도적으로 많다.
결국 현재의 외고는 ‘외국어 영재 양성’이라는 애초의 취지는 실종됐다고 보고서는 진단한다. “외고 수요의 본질은 이질적인 학생들이 모여 있는 평준화 학교의 분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이는 과거 명문고와 비명문고를 구획짓던 정서와 오늘날 특목고와 일반고, 실업고의 구분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 학력이 고졸이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고와 달리 부모 모두 대졸이 다수인 외고 학생들의 가정배경을 볼 때, 현행 외고는 부모의 높은 교육적 배경을 토대로 자녀들도 차별화된 교육기회를 누리는 통로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 사교육 과열의 진원지 =특목고 지망자의 고액 사교육 비율은 일반학교 진학자에 비해 두 배 정도 높다. 연간 500만원 이상 사교육비를 쓰는 초등학생 비율은 전체의 14%이지만, 특목고 희망자 가운데는 28.6%로 껑충 뛴다. 중학생의 경우도 500만원 이상 사용 비율은 16.5%이지만, 특목고 진학 희망자 가운데는 39.9%나 됐다.
특목고 진학준비가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점은 교사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사교육 도움없이 특목고 진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교사의 17.1%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보고서는 이는 외고 선발시험문제가 고교 1학년 수준에서 수능 문제처럼 출제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고 입시 준비가 중학교 교육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현재와 같은 특목고의 선발시험은 명백히 중학생들에게 고입 준비를 위한 과열과외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학교 효과 거의 없다 =보고서는 외고 재학생의 학생수준 및 학교수준 변수를 모두 통제해 분석한 결과 교과 학업성취도에서 일반고생과 외고생의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또 교과 흥미도가 외고생의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도 27%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부모의 교육적 지원과 양육태도 등 가정의 과정변수가 외고 학생들의 학업성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학업성취도에 있어 외고 교육과정이 특별한 효과를 보인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외고의 높은 성취도가 학교교육의 효과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강 박사는 “비슷한 배경조건과 학습욕구를 가진 학생들끼리 모임으로써 생성되는 특수집단의식의 공유가 외고로 상징되는 특목고 진학열풍과 학부모들이 믿는 특목고 효과의 본질”이라고 결론지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2007.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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