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에 눈감은 교육청 감사반”
`비품값 부풀리기’ ㅅ중 감사 청구에
“가격은 조사하지 않겠다” 사양서만 확인
학교측도 이해 못해…“비리 밝힐 의지 없는 것”
신설학교 비품구매 ‘뒷돈’ 비리와 관련, 교육청의 형식적이고 허술한 감사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인데, 3년 전 개교한 광산구 ㅅ중이 이를 확인해주는 현장이 되고 있다.
“이 제품에 그 가격대가 합당하다고 보십니까?” “공신력 있는 협회의 자료입니다.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이 가격에 그 물건을 사라면 사겠습니까?” “…”
지난 8일 광산구 ㅅ중에 서부교육청 감사반이 투입됐다.
“지난해 조성된 토론학습실 비품 값이 터무니 없이 부풀려졌다”는 시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 스스로 감사를 요청(본보 9월1일자 보도)한 지 1주일 만에 당국이 나선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감사를 요청한 학운위원과 감사반은 서두의 대화와 같은 설전부터 벌여야했다. “가격은 조사하지 않겠다”는 감사반의 태도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4300여 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토론학습실 비품을 전문가를 불러 재조사해보니 2000여 만원에 불과했다”는 가격 부풀리기를 의혹의 핵심으로, 감사를 요청했던 학교로선 납득할 수 없는 자세였기 때문이다.
“학교납품 비리 의혹은 물건 값을 부풀려 이득을 최대화하고, 이 중 일부가 뒷돈으로 건네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가격을 조사하지 않겠다니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신설학교 비품구매 비리를 파헤칠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요.”
감사요청자인 윤모 학운위원(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의 거센 항의에도, 감사반은 사양서대로 물건이 들어왔는지만 조사했다.
뒷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고가의 납품구조가 학교 구매 비리의 핵심이지만, 감사당국은 이를 밝힐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결국 이번 감사는 사양서와 다른 납품 1~2건을 적발하는 것으로 끝마쳤다.
가격조사를 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 감사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조사한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달구매에 있어 물건 값을 정하는 물가협회에 대해 공신력을 부여한 것. 하지만 이 협회는 이익단체인 사단법인. 업자들은 “이 가격 역시 부풀려져 있다”고 증언한다.
“조달품목에 등록돼 있지 않은 비규격품의 경우, 물가협회는 동종 업체들에게 가격을 의뢰합니다. 이 업체들은 동료의식이 있죠. 나중에 본인 역시 그 가격에 납품할 수 있는 거구요.” “결국 현 시세보다 비싸게 평가해 줄 수밖에 없다”는 것. 한 교구업자가 이 협회 자료에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
결국 서부교육청 감사반은 이런 현실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알고도 모른 체했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자초했다.
이날 감사반은 “수사권이 없다”는 현실적 한계도 토로했다. 하지만 윤 위원은 “본인들의 의지부족을 제도 탓으로 돌린 얄팍한 논리”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과 관련 인권위의 직권조사를 ‘반면교사’로 들었다.
“인권위 역시 수사권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 단체 조사원들은 밤을 새워 장애학생들을 만나서 듣고, 진실을 파헤치더군요. 결국 임원진 해임이라는 강력한 권고안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결국 제도보다 사람이 문제라는 것이다.
시교육청이 신설학교 비품구매 비리와 관련한 대책으로 내놓은 명예감사관제·감사참관인제 활성화 등 `감사 강화’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한편 본보는 10일 서부교육청 감사반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하급자는 상급자에게 미루고 상급자는 전화를 받지 않거나 아예 답변을 회피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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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에 눈감은 교육청 감사반-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