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철폐에 급급, 내용은 ‘묻지 마’
교과부, ‘학교 자율화 계획’ 발표에 교육현장 대혼란
노해경 기자neo@siminsori.com
▲ 지난 16일 전남도교육청 앞에서 전교조 광주지부 등 교육 관련단체들이 교과부의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에 반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김도연)가 지난 15일 발표한 29개 지침 폐지, 13개 법령 정비 등을 골자로 하는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자 전교조 등 교육관련 단체들은 “교과부를 즉각 해체하라”고 성명을 내는 등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교과부는 3단계에 걸쳐 교육관련 규제를 철폐하는 명분으로 ‘자율’과 ‘자치’를 내걸었다. “시·도 교육감과 학교장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그 책임감도 강화하여 학교중심의 실질적인 지방교육자치제의 정착을 목표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도교육청 담당자, 현장 교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마련한 계획”임을 강조했다.
전교조 광주지부와 전남지부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와 전남지부 등 4개 단체는 16일 성명에서 “교과부가 공교육을 포기하고, 학교를 입시 학원화하는 계획이다”며 “시·도교육청에만 의례적으로 묻고, 교원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차적으로 교과부는 29개의 지침을 법적인 근거없이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즉시 폐지했다. 이 지침들은 사안별로 시민단체와 교사·학부모·학생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장기간 형성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침이 폐지되면 학교장이나 시·도교육감의 재량에 따라 0교시 수업, 성적순 우열반 편성, 어린이 신문 단체 구독, 사설기관의 모의고사 시행, 촌지 받기, 종교학교의 특정종교 교육, 성적부풀리기 등이 가능해진다.
일선 학교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등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는데 교과부 지침이 폐지되면 제제할 방법이 없어 지금의 상황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유동 전교조 전남지부 정책실장은 “이번 자율화 조치는 집권여당인 한나라당과도 협의가 제대로 안된 채 담당 실무자 선에서 급하게 발표되면서 일선 교육현장이 혼선을 빚고 있다”면서 “이번 발표는 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들은 교사, 학부모 선언을 비롯해 모든 역량을 모아 총력투쟁을 벌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전교조는 다음달 24일 서울에서 전국교사대회를 개최하고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철회를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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