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부담 늘고 입시 강화 “개악”
교과개정안 국영수 수업시간 확대·예체능 내신 제외…
교육인적자원부는 22일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제7차 초·중등 교육과정 총론 개정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고교 선택과목군 확대 등 교육과정 개편 최종안을 23일 오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택과목군을 5개(인문·사회, 과학·수학·기술, 음악·미술·체육, 외국어, 교양)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교육 편식을 막기 위해 6, 7개로 늘려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교육계의 반발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교육과정 개정안은 대학 입시를 중심으로 한 특정 과목만 부각된 데다 교사, 학부모, 교육 전문가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과정 심의위원으로 활동한 초·중등교사와 교수 40여 명은 이날 교육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원천 무효임을 선언했다.
실업계 고등학교 심의위원인 전남대학교 전효관 교수(문화전문대학원)는 “이번 개정안은 입시교육과 7차 교육과정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부분 개정이라는 원초적 한계가 있다”면서 “대학입학에 종속된 일부 교과를 강화하거나 축소하는 논의를 벗어나 학생들의 감수성과 신체 능력이 조화를 이루는 교육으로 교육과정이 전면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입시교육을 강화시키는 일부 교과의 수업시간 확대와 학업성취도평가 전면화, 음악·미술·체육 내신제 제외 관련규정 신설 등은 교육과정을 개선하기 보다는 오히려 개악했다”며 “학습부담을 줄이고 수업 시간을 조정하자는 교육계의 요구와도 배치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사회 과목 담당 교사들도 교육과정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국사회교사모임과 전국지리교사모임 등으로 구성된 `사회과교육과정 비상대책위원회’는 “사회교과 안에 지리, 일반사회 등의 과목이 통합돼 있어 비전공 교사에 의해 수업이 진행됐다”며 “이번 교육과정 개편 때 지리, 일반사회 과목을 별도로 독립시켜 줄 것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선 교사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교육과정 개정안에 반대하는 교사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김연운씨는 학교 현장을 제 위치로 돌려 놓기 위해서라도 예체능 교육은 필요하며, 지나친 국·영·수 위주의 교육은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한다고 말했다.
음악교사인 장희선씨도 “음악·미술·체육 내신 제외라는 카드는 학교내에 큰 파장을 몰고 올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입시 교육으로 내몰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교실붕괴의 원인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교육부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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