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학교 비품구매 비리 어떻게 돼 가나
첫 보도이후 `뒷돈·비리’ 줄줄이
수사·감사에 `뿌리뽑기’ 공 넘어가
지난달 25일 본보의 보도로 촉발된 신설학교 비품구매 뒷돈 수수 파문이 광주 교육계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광산구 ㅅ중 행정실장이 작성한 뒷돈 수수 문건을 통해 그동안 말로만 무성했던 납품비리가 실체를 드러낸 후 다른 학교들로 같은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것. 즉각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교육청은 감사에 나서 사실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의혹은 숱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속시원하게 밝혀진 진실은 아직 없다.
신설학교 교구납품 비리와 관련된 의혹과 과제를 중간 점검해 본다.
광산구 ㅅ중 의혹 사실로 확인
자발적 비리 고발도 이어져
▲비리 거론되는 학교는
행정실장이 직접 작성한 뒷돈 수수 목록이 폭로된 ㅅ중이 모든 의혹의 중심이자 출발점이다.
교장이 작성한 신설학교 개설일지와 업자의 확인서까지 함께 공개되면서 의혹은 점차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ㅅ중의 의혹은 ㅇ중으로도 번졌다. ㅅ중에 뒷돈을 준 것으로 기록된 업자 중 한 명이 올해 신설된 ㅇ중에도 뒷돈을 줬다고 시인한 것.
신설학교 자발적 비리 고발도 이어졌다.
북구 ㅈ중이 물꼬를 텄다. 올해 개교한 이 학교 교사들이 도서실 등 비품에 의혹을 갖고 스스로 소위원회를 꾸려 재조사를 펼친 것.
그 결과 최소 2배에서 많게는 6배에 이르는 가격 부풀리기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3년 전 개교한 광산구의 또다른 ㅅ중도 고발에 동참했다.
이 학교가 지난해 4300여 만 원의 비품을 납품받아 만든 토론학습장을 재조사해보니 실제론 2000여 만원밖에 안됐다는 학운위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학교측이 서부교육청에 스스로 감사를 청구한 것이다.
뒷돈 건넨 업체 사실 인정
이번주 마무리 수사 박차
▲수사 상황
ㅅ중학교 교구납품 비리와 관련,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달 25일. 경찰은 2주일에 걸쳐 뒷돈을 건넨 11개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과 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연일 밤샘조사를 벌이는 등 강도높은 수사를 벌여왔다. 현재 11개 업체 중 1~2곳을 제외한 업체들은 학교측에 뒷돈을 건넨 사실을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수사는 이 학교 행정실장이 작성한 ‘뒷돈 리스트’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은 ㅅ중학교 납품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신설학교인 ㅇ중학교에서도 뒷돈 거래가 있었던 사실을 추가로 확인,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ㅇ중학교 행정실장 ㅇ씨로부터 1500만~3000만원의 뒷돈을 건네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업체들은 ㅇ행정실장에게 뒷돈을 건넨 사실을 시인했지만, 일부 관련자들이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밖에도 올초 개교한 또 다른 신설학교에서도 뒷돈이 오갔을 가능성에 대해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주내로 교구 납품비리 수사를 일단락지을 방침으로 마무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똥 튈라’ 좌불안석
일부에선 “쇄신 기회로”
▲업계 분위기
학교 납품과 관련된 업자들은 초조해하고 있다. 수사가 확대되면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학교납품을 독식해온 이른 바 ‘큰손’들의 처지. 그동안 뒷돈과 인맥으로 이어지는 납품의 고리에 들지 못했던 중소업체들은 이들과는 달리 기대감마저 감지된다.
현재와 같은 비정상적인 납품구조의 틀을 깨뜨릴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들 업체들의 내부 고발과 수사에 대한 협조도 활발한 편이다. ‘고발자로 찍히면 이 업계에선 더이상 장사할 수 없다’며 비리에 눈감아 버린 예전과 다른 분위기다.
“조합 구매·수의계약이 온상입니다. 공개경쟁입찰로 가야 해요. 이번엔 그렇게 될 것 같은데요.” 한 업자가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품는 기대다.
하지만 불안감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특정 학교·특정 업자 몇몇의 문제로 정리돼 용두사미되면 큰 일입니다. 근본적인 수술로 이어져야 하는데….”
2년 전에도 이와 유사한 교구납품 비리가 터져 수사가 이뤄졌지만, 브로커 한 사람만 처벌받고 구조적인 부분은 손도 대지 못한 사례가 있다.
결국 납품비리 토양을 방치한 셈이고, 현재와 같은 대형 사건의 자양분이 되고 말았다.
“감사해도 가격 조사는 안 해”
뒷돈 방치 비난 목소리
▲교육청 대책 실효성 있나
광주시교육청은 신설학교 비리근절 대책으로 비품구입은 학교에 맡기지 않고 교육청에서 공개경쟁으로 일괄구매하겠다는 것을 우선 밝혔다.
교장·행정실장 등 개교 업무를 담당할 근무자 배치도 임용심사위원회 등을 거쳐 자질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했다.
감사 강화도 대책의 일부다. 시민단체를 참여시킨 명예감사관제·감사참관인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 위법사항 적발시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내년 신설학교부터 적용된다. 현재 비리가 불거진 신설학교를 포함 최근 3년간 신설된 학교에 대해선 뚜렷한 대책이 없다.
교육연대 등에서 주장하는 신설학교 전체에 대한 감사계획도 없다. 다음달까지 비리제보 신고기간을 운영, 접수된 내용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는 대답만 내놓고 있다.
설령 감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가격조사는 할 수 없다는 것이 방침이어서, 뒷돈의 배경이 되는 고가의 납품구조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 역시 크다.
업자-교육청 간부 인맥 확인
신설학교 전체 감사해야
▲밝혀야 할 의혹들
이번 사태는 신설학교 비품구입과 관련된 뒷돈 수수로 핵심이 좁혀지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하지만 ㅅ중 교장이 작성한 신설학교 일지는 이외에도 인사·구매 등 고위층의 청탁도 심각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서부교육장이 교육감 투표권을 가진 지역위원 2명을 뽑아달라고 부탁했고, 학교 회계직원 등 비정규직 채용 압력을 행사했다는 기록도 있다.
더 나아가 이 교육장은 ㅅ중 행정실장이 독단으로 처리한 지출결의서에 교장에게 결재를 요구하는 등 비호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때문에 시교육청이 ㅅ중 교장을 직위해제 했을 때 관리자로서의 서부교육장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컸다. 교육청의 감사와 경찰의 수사가 밝혀야 할 부분이다.
학교 관계자에게 건네진 뒷돈이 어디로 흘러들었나도 이번 사건에서 꼭 밝혀야 할 부분이다.
업자와 교육청 간부가 인맥으로 얽힌 상납 고리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끊임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고리를 통해 납품이 특정업자에게 집중됐고, 보상 차원의 뒷돈이 건네졌다는 것을 업계에선 공공연한 사실로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인맥과 뒷돈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돼 온 납품비리는 학교 한 두 곳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 자명한 일. 이번 수사가 신설학교 전반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채정희·홍성장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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