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또는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마친 광주 지역 고교생들의 행선지는 집이 아니라 학원이다. 학생들은 자정을 넘어 이튿날 새벽 1시께까지 학원 수업을 듣는다. 집에 돌아와 씻고 밀린 숙제 하고 나면 빨라야 새벽 2시께 잠자리에 든다. 다음 날 오전 0교시 수업을 위한 등교시간을 맞추려면 오전6시엔 일어나야 한다. 한참 성장할 나이에 하루 수면시간이 4시간 남짓이다. 학생들의 건강권과 인권이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수년 전부터 교육관련 시민단체들이 학원 심야영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오고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학원 심야교습을 강력하게 제한하겠다고 밝히고 나서 국민들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하고 있다. 곽승준 국가미래기획위원장이 며칠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인데,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학원들의 교습시간을 오후10시까지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사교육과의 전쟁’을 벌이겠단다. 듣던 중 반갑고 오랜 만에 환영할 만한 뉴스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곽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정부의 정책으로 입안돼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그 동안에도 각 지자체 별로 조례를 정해 학원교습 시간을 제한해왔으나 경쟁위주의 입시제도가 엄연한 현실에서 한낱 헛구에 그쳐왔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
정부가 이 번에 비록 학원교습시간을 강력하게 제한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공교육 정상화 대책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아직 정부의 종합대책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대신 방과후 학습에 사교육 개념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학원강의를 교실로 끌어들인다는 얘기인데, ‘학교에서 하는 사교육’과 다를 바 없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는 방과후 학습이 아니라 정규 수업시간이 제대로 운영되게 하는 것임을 간과한 것이다.
결국 학생이 학원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입시제도의 근본 틀을 바꾸지 않고서는 학원들의 심야영업을 제한하는 어떠한 정책도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설령 학원교습을 일정시간까지 제한한다 하더라도 줄세우기·서열화를 조장하는 현행 입시제도 하에서는 학교교실이 그 것을 대신할 수밖에 없다. ‘교실의 학원화’로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결코 이룰 수 없음을 교육당국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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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학원 교습 제한 성공하려면-광주드림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