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중생 자살…학교권장도서 탓(?)
유족, “체벌 받은 뒤 죽음 의미 다룬 소설 읽다 목매”
학교, “학생 죽음과 무관…다음 주 중 공식입장 표명”
김영대 기자zero@siminsori.com
한 여중생의 자살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유가족들은 "학교가 권장도서로 정한 책을 읽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 권장도서는 주인공이 불의의 사고로 인한 단짝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며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다룬 성장소설이다.
유족들은 “죽음을 끔찍하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이 어떻게 권장도서가 될 수 있었냐”며 “책을 읽게 하는 과정에 체벌도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장소설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라는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아 체벌이 있었고, 같은 날 이 소설을 읽던 중 자살을 하게됐다는 것이다.
광주 H중학교에 다니는 A(13)양은 지난 21일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를 처음 목격한 A양의 언니(15)는 주검 바로 옆에서 문제의 도서를 발견했다.
양의 발인이 있던 23일 오후 빈소에서 만난 A양의 언니는 “21일 귀가한 동생이 ‘독후감을 써가지 않았다고 선생님이 ‘앉았다 섰다’를 50회 반복시켜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며 “독후감 써야한다며 방으로 들어간 후 낌새가 이상해 방문을 열어보니 목을 매 숨져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생이 그 전에도 학교에서 권장도서 3권을 읽고 독후감을 쓴 뒤 시험을 봤는데 50점을 넘기지 못해 얼차려를 받은 적이 있었다”며 “그날도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고 전했다.
A양의 삼촌은 “학교에서는 '이 책이 친구의 죽음에 대한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다룬 성장소설로 학생의 죽음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니 지극히 염세주의적인 내용으로 삶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책의 내용 중 ‘만약 내가 죽으면 주위 사람들은 슬플 거야’라는 등 죽음을 부추길 수 있는 내용들이 곳곳에 있었다”며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이런 책이 권장도서가 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유족들은 또 “체벌을 받을 만큼 아이가 잘못된 것이냐”며 “공교육은 이미 죽었다”고 교육현실에 대한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발인 있던 23일 H중학교 교사 10여명도 빈소를 찾았지만 유족들에게 저지당해 분향을 하지 못했다.
유가족들이 제기한 체벌과 권장도서에 대해 학교 관계자들은 말을 아꼈다. 이 학교 교감은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할 말이 없다”며 “다음 주 중으로 정식적인 학교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피했다.
이와 관련 김정섭 전교조광주지부 정책실장은 “학교현장에서 일어나는 체벌과 성적지상주의가 이 같은 비극을 불러왔다”며 “아이들의 장점과 특기를 잘 보살펴 주지 못하는 편협한 교육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학교 권장도서는 교육부에서 지정한 도서목록을 바탕으로 해당학교 국어교사나 출판사, 청소년 단체에서 추천한 도서를 참고해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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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중생 자살 학교권장도서 탓?-시민의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