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방학은 불효방학?
광주 초·중학교 5월4~12일 `단기방학’ 논란
맞벌이를 하고 있는 김 모(39)씨는 최근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학부모총회에서 오는 5월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학기중 재량휴업(단기방학)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고민에 빠졌다.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데다, 아이들 스스로 점심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 아이의 단기방학을 이유로 직장에 휴가를 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광주시교육청이 오는 5월6일부터 9일까지 광주시내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학기 중 단기방학’을 도입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부모총회에서 학사일정표(단기방학)를 받아본 학부모들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며 항의하고 있다. 학부모단체도 맞벌이 가정, 저소득층 자녀 등 ‘나홀로 학생’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면 5월 단기방학을 전면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기 중 단기방학’은 가족간 유대 증진, 체험활동을 통한 바람직한 인성 함양 등을 목적으로 지난해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재량휴업 활성화 방안’을 각 시·도 교육청에 내려 보내면서 추진됐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 대부분의 초·중학교는 어린이날 다음날인 오는 5월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단기방학을 실시한다. 공식적인 방학기간은 4일이지만 5월4일 일요일부터 쉴 경우 어린이날(5일), 단기방학(6~9일), 놀토(10일), 석가탄신일(12일)까지 포함하면 9일간이나 쉬게 된다. 단기방학에는 광주지역 모든 초등학교(137개교)와 중학교(81개교), 특수학교(5개교)가 참여한다. 시교육청은 “타 시·도에서도 단기방학을 모두 실시하고 있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가족간의 유대감이 더욱 돈독해져 학생들의 긍정적인 정서함양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저소득 가정이나 맞벌이 가정 입장에서는 단기방학이 달갑지 않다. 최장 9일간 쉬는 단기방학을 두고 일부에서는 학부모나 학생을 위한 방학이 아니라 `효도방학을 빙자한 교사들의 방학’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학부모 김 모씨는 “단기방학은 기존 효도방학의 연장선이다. 효도방학이 아니라 불효방학”이라며 “직장에 휴가도 낼 수 없다. 결국 아이들만 며칠 동안 집에 있어야 하는데 마땅히 보낼 곳도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운영위원은 “지난 2월 운영위원회에서 단기방학을 심의했는데 `실시하지 말자’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학교 측에서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는 확답을 받고 통과시켰다”면서 “그런데 학부모 총회 때 프로그램에 대한 보고가 없이 단기방학만 알렸다”고 말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는 1일 `5월 단기방학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단기방학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는 “교육당국과 일선 학교는 단기방학 동안 방치될 학생들에 대한 배려 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남발해 학부모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재량휴업일이 지정된 학교는 그에 따른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홀로 학생’에 대한 보호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단기방학 동안 소외되지 않도록 `나홀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방침”이라며 “학교별로 계획서를 받아 등교학생 및 미등교 학생을 조사해 대책을 수립하고, 맞벌이 가정 자녀들의 지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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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방학은 불효방학-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