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교육권 후퇴
`특수교사 없고 치료지원 부족하고’
법과 현실이 따로 놀고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장애인 교육법) 시행에 따라 학급 당 학생수 조정, 특수교사 증원 등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실에서의 장애인 교육권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특수교사의 부족으로 법이 정하고 있는 학급당 인원수가 초과되거나 아예 학급이 없어지는가 하면 그 동안 교육법에 근거하여 받아왔던 치료지원이 사설기관에 이관될 가능성이 커 공공성 훼손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제정된 장애인교육법은 ‘장애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특수학교(급) 학급 편성 기준’을 유치원 4명·초등학교 6명·중학교 6명·고등학교 7명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교육청이 정한 ‘2009학년도 특수학교(급) 편성 기준’은 법이 정한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시교육청의 기준을 보면 공립 특수학교의 중학교 학급당 정원을 9명으로, 고등학교 정원을 10명으로 각각 정하고 있어 법이 정한 기준인원보다 3명이 초과된다.
또 사립 특수학교의 중학교 학급당 정원을 2명 초과한 8명, 고등학교 정원을 1명 초과한 8명으로 정하고 있다.
시설에 있으면서 이동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교사가 직접 방문하는 순회학급도 최근 1학급이 줄면서 해당 시설의 장애 학생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 그 동안 선광·선명 학교에서 상태가 심각한 중증 장애학생들로 따로 꾸러져 운영됐던 정서장애 학급도 폐지돼 중증·중복장애학생에 대한 교육 여건이 더욱 열악해졌다.
교육과정에 포함된 치료교육도 바우처 형태로 민간에 이관되거나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재활치료 서비스의 중복 지원을 제한하는 등 장애 학생들이 받아왔던 치료의 폭도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장애인 교육법에서는 ‘교육감은 특수교육대상자가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 치료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지원 제공 형태를 규정하지 않고 각 교육청이나 학교장 재량으로 맡겨둬 사실상 학교 외부 사설기관에서 바우처 형태로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이동이 불편한 중증 장애학생들이나 시설의 장애학생의 경우 말 그대로 치료지원이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장애인부모연대 박찬동 사무국장은 “학생수가 몇 명 이상이면 치료사를 고용해야 한다든지 구체적인 치침이 없이 치료지원의 제공 형태를 각 학교장 재량으로 맡겨두면 거의 모든 학교가 바우처 형태를 선택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갈 시간이 있거나 차량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몇 명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장애인 교육권 후퇴 양상과 관련, 광주장애인교육권연대는 광주시 교육청을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교육권연대는 “장애인 교육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법의 온전한 집행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확보 등이 안돼 법과 현실이 따로 놀고 있다”며 “교육청은 장애인 교육법에 따라 특수교사를 배치하고 장애학생에게 정당한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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