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교육계 자성 계기 삼아야
‘총체적 부실’ 개선노력이 남겨진 과제
김경대 기자 kkd@siminsori.com
광주시의회 신설학교 기자재 등 납품에 대한 행정사무조사위원회는 47일 간의 활동을 마치고 지난달 31일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총평에서 “교육청의 신설학교 지원업무가 전반적으로 허술하고 업체유착으로 인한 비리와 업체의 농간에 이용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는 등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진단했다.
조사위는 2004년부터 개교한 신설학교 24개 교 중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광산구 S중 등 2개교를 제외하고 22개 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시방서를 작성한 특정업체와의 구매계약으로 비리 개연성 상존 ▲중국산 제품 다수 확인으로 규정 위반과 업체 폭리 ▲시방서와 다른 저가물품 납품 ▲동일제품인데도 가격편차 극심 ▲고가품 구입 등 불필요한 예산낭비 등을 확인하고, 감사업무 소홀 등 교육청의 신설학교 지원업무가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교육청 관리 사안에 대해 시의회가 이례적으로 실시했던 이번 조사는 교육청이 자체감사로 밝혀내지 못했던 잘못된 기자재 납품관행을 구체적으로 확인했고 ‘복마전’으로 불리워 왔던 교육계 고질적인 비리에 일침을 가하면서 자성의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조사위 활동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사위는 신설학교 기자재 구입방식을 단체수의계약 방식에서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변경할 것과 부정당 행위업체에 대한 관계기관 고발과 납품참여 배제, 과실 및 비위공무원에 대한 엄중한 문책 등을 교육청에 요구했다.
여기에 “조달청의 구매목록에 없는 규격을 만들어 시방서가 곧 낙찰업체임을 드러냈던 비리관행을 없애고 조달규격과 시방서 작성을 표준화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조사위 관계자는 밝혔다.
이와 더불어 신설학교 설립 시 학교장과 행정실장 선에서 진행됐던 그 동안의 관행을 학부모,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신설학교설립준비위원회’, ‘학교기자재구매소위원회’ 와 같은 기구를 꾸려 투명하고 공정한 물품구매를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남겨진 과제.
또한 이번 조사위 활동에서 학교장실에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품을 구입하면서도 학생들이 사용하는 기자재는 중국산, 시방서와 다른 저가 제품을 구입하는 몰지각한 사례도 드러나면서 교육자로서의 품성과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무엇보다 조사위 활동의 성과가 사장되지 않으려면 언론과 시민단체가 시정요구 사항이 관철되도록 끊임없이 강제하고 감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희곤 전교조 광주지부장은 “조사위 활동을 통해 S중, W중 등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던 문제가 대부분의 신설학교에도 같은 유형으로 이뤄졌음이 확인됐다”면서 “비리 예방시스템과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청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리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정 지부장은 이어 “교육청이 발주한 수십억 원의 물품구매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교육감과 지역교육장, 실무 담당자들의 책임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신설학교가 아닌 일선학교의 사정도 비슷할 것으로 보여져 12월 중으로 교육청과 범시민대책위가 공동으로 점검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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