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고 입시 `편법’
기준없이 정원 채운 후 “다른 학교 가라”
인맥 작용·성적 부실 학생 끼워넣기 의혹도
이 지역 실업계 고교 입시엔 매년 신기한 일이 반복된다. 모든 학교의 모집정원과 지원자가 일치하는 것. 때문에 어느 학교에서도 탈락자가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학교 편의적인 `원서 돌려주기’탓이다.
학생모집 권한이 단위학교에 주어져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때문에 실업계고 입시 역시 인문계처럼 교육청이 통합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시교육청과 전교조광주지부 실업위원회 등에 따르면 광주지역 13개 실업계고가 내달 신입생 전형을 앞두고 각 중학교와 졸업생을 상대로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업계 기피현상이 심해지면서 해마다 반복되는 학생모집 전쟁이다. 일부 실업계 교사들 사이에 `학생 구걸’이라는 자조가 끊이지 않는 시기가 바로 요즘이다.
지금껏 실업고 입시는 모집기간이 남았더라도 입학정원을 넘기면 나머지 원서를 돌려주면서 다른 학교로 보냈다. 일종의 배려인 듯 포장돼 있지만 실상은 수험생들에 대한 기회박탈이라는 비판이다. 일선 교사들은 이를 “일종의 입시부정”이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공정하지 못한 실업계고 입시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서재학 전교조광주지부 실업위원장은 “실업계 입시엔 전형이 없다”면서 “이것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모집기간 동안 접수된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경쟁을 벌여 선발해야 하는 기본원칙이 무시되고 있다는 것.
“학교에서 필요한 모집정원이 채워지면 나머지 원서는 되돌려줍니다. 다른 학교로 가라는 것이죠.”
이미 광주지역 13개 실업계 고교는 가장 높은 점수에서 최하위까지 서열화가 이뤄져 있다. 때문에 원서를 돌려받은 학생들은 다음 단계의 고교로 대거 지원하게 된다.
“이미 차순위 학교를 선택해 정원미달로 합격권에 있었던 학생들이 위에서 밀려온 지원자들 때문에 원서를 돌려받게 됩니다. 즉 1지망에서 탈락하는 셈이죠.”
“사실상의 탈락을 학교측이 원서반환이라는 형식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것이 서위원장의 주장이다. 이런 원서되돌려주기 과정을 거친 모든 실업고는 `경쟁률 1:1’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몇 년째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이 학생들을 합격시키고 원서를 돌려준 기준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전형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맥에 의한 선발, 한 중학교에서 몇 명을 보내주는 대가로 성적이 부실한 학생을 끼워넣기 한다는 식의 의혹도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전교조 실업위원회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통합관리라고 제시하고 있다. 단위학교에 맡겨져 있는 학생 선발권을 교육청이 가져와야 한다는 것.
“원서접수도 교육청에 하고, 경쟁률 등도 교육청 인터넷을 통해 공시하고, 사정도 주관하고, 합격자 발표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서 위원장은 “통합관리는 전교조 광주지부와 교육청 간 올 단협에서도 주요 의제로 제시됐지만, 교육청의 무성의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농업·상업·전산 등 실업계는 계열이 천차만별이어서 통합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논의를 거쳐 대안을 찾겠다”고 답변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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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고 입시 편법-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