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만 조달청 구매, 사실은 수의계약
시교육청 3년간 신설학교 물품 특정업체 납품 의혹
조달청 구매도 ‘눈가리고 아웅’이었나.
광주시 교육청이 최근 3년간 신설학교에 대한 10여 억원에 달하는 물품을 구입하면서, 조달청 구매형식을 빌어 사실상 특정업체 납품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23일 광주시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광주시의회 신설학교 납품비리조사위의 질문 과정에서 불거졌다.
유재신 의원은 “교육청이 작성한 시방서(제품사양서)에 의장등록번호가 명기됐는데, 이는 특정업체가 납품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명시한 것으로 교육청 구매 담당자와 납품업자간 유착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추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시교육청이 최근 3년간 일괄구매해 각 신설학교에 나눠준 물품들 가운데 청소도구함·사물함·밀걸레 탈수기 등 3종의 시방서에 의장등록번호가 명시돼 있다는 것. 의장등록번호는 제품의 모양이나 색깔 등이 특정업체만의 아이디어라고 등록하는 것으로, 사실상 특정업체 제품임을 표시한 것이다.
더욱이 교육청은 이렇게 의장등록번호를 써 넣은 시방서를 작성한 뒤 조달청을 통해 물품을 구매함으로써, 형식만 조달구매일 뿐 내용상 특정업체에 대한 수의계약을 체결한 셈이었다.
이렇게 구매한 물품은 사물함의 경우 최근 3년간 10억여 원, 청소도구함의 경우 1억6000여 만원, 밀걸레 탈수기는 3600만원 어치였으며, 이 모두 한 업체를 통해 납품이 이뤄졌다.
유 의원은 “친환경 제품도 있고 조달청에 다른 제품들이 있음에도 사실상 특정업체를 지목해 3년간 독점하도록 한 행위는 중대 범죄행위”라며 “교육청의 자체 감사를 공식적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밀걸레 탈수기의 경우 2004년부터 지금까지 한 업체에서만 만들고 있고 사물함은 당시 기존 목재제품과 다른 철재제품이 나와 구입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내년에는 전체적으로 공개입찰을 하겠다”고 말해 시방서에 의장등록번호를 명기해 놓은 것은 문제가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한편, 조사위의 마지막 현장조사였던 이날 김원본 교육감은 행사 일정을 이유로, 동·서부 교육장은 교육감 선거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아 다소 맥이 빠졌다. 또한 이날 오후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광주방문에 조사위원 대부분이 참석하느라 오후 일정이 당초보다 한 시간 넘게 미뤄지면서 수십 명의 교육 관계자들이 불만을 털어 놓기도 했다.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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