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가는 길에는 지난 날 수많은 문인들의 발길을 잡아끌었던
홍류동계곡이 있습니다. 붉은 꽃과 잎들이 물처럼 흘렀을 그 옛날의 아름다움을
상상할 수 있을 만큼 깊고 아름다운 계곡이어서인지 지금도 길옆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의 수를 짐작할 만큼 많은 식당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습니다.
해인사에는 우리가 학교에서 숱하게 외웠던 팔만대장경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물 1242호인 길상탑이 있고 가야의 창건주인 정견모주를 모신 국사단이 있습니다.
또한 고운 최치원을 기리는 학사대가 있어 한번 발걸음에 귀한 보물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해인사 길상탑은 해인사 일주문 밖 동남쪽에 있습니다.
진성여왕 때 전몰한 승군과 백성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탑입니다.
전쟁시기도 아닌 때 순국한 승군이라는 쌩뚱맞은 상황은
아마도 어수선한 시기에 굶주린 백성들이 부자인 절을 쳐들어왔고
이를 막고자 하다가 죽임을 당한 것 아니겠느냐는 짐작도 하게합니다.
1966년 탑속에서 최치원이 지은 탑지, 157개의 소탑등의 유물이 나왔는데
이 탑의 가치는 도굴꾼이 도굴하다 잡혀 수많은 자료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나타났다고 하니 세상에 나쁜일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어떤이의
중얼거림이 생각나는 일입니다.
국사단은 해인사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야 1대왕 정견모주를 기리는 사당인 국사단을 세운 자리에 좀더 증축하고
증축하여 지금의 해인사가 되었다니 말입니다.
18~19세기 해인사에는 7번 전소의 피해를 입었으나 유일하게 국사단과
팔만대장경만은 한번도 타지 않았다고 하니 신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해인사를 법보사찰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세가지 보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는 팔만대장경이고 또 다른 하나는 건물이며 마지막 하나는
고려각판이라는 현판이 그것입니다.
해인사 경내를 벗어나 한켠으로 오르면 학사대가 있습니다.
고은 최치원 선생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년에 이곳 가야산에 내려와
공부를 했습니다. 이곳에서 공부하다 종국에는 신선이 되었는데
되기 직전 그가 짚고 다니던 전나무 지팡이를 꽂았더니 고목이 되었더랍니다.
이 나무가 자라고 있는 둥그런 터를 학사대라 합니다.
해인사에는 이 말고도 또 다른 독특한 보물이 있는데
왕건이 왕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희랑대사상이 그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개인의 목조상이기 때문이랍니다.
훼손을 우려해서 보관해 두었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볼 수는 없었습니다.
또 하나는 홍치사년명동종입니다. 대석광전에 홍치사년명동종의 복사품이
한 귀퉁이에 조용히 걸려 있습니다. 홍치사년이라는 것은 명나라의 연호로
조선 성종때이며 명의 동종 즉 구리종이라는 뜻이랍니다.
또 하나는 홍류동 계곡입니다.
우리가 움직인 날은 비도 함께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말랐던 계곡에 물이 넘쳐 흘러내리는 모습이 장관이더군요.
아름다운 것을 찾는 것이야 당연한 본능이라 하지만
찾고 돌아서며 더럽히거나 망가뜨린다면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여전히 아름답게 남아 있도록 지키는 것도 역사나 유적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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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의 역사기행-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