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교육’ 무색한 수학여행
에버랜드 등 놀이시설 위주 일정…유적지 견학 등 본래 취지 퇴색
`입장료 리베이트’ 등 경비 집행도 불투명
수학여행 시즌이다. 광주지역 초·중·고교에서는 중간고사가 끝나는 이번 주부터 수학여행이 시작된다.
수학여행은 체험과 어우러진 학교밖 교육이다. 학창시절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한 취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수학여행이 변질되고 있다. 역사체험이나 주제를 정해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현장학습보다는 관광이나 놀이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것.
특히 일부 학교는 수학여행 일정이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놀이시설 위주로 돼 있어 현장견학으로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굳이 여행도 아닌 관광코스를 잡아 수학여행의 의미를 살리지도 못한 채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6일 광주시교육청 입찰공고에 올라온 초·중학교 수학여행 위탁업체 모집 공고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학교에서 유적지나 관광명소에 가서 그 역사적 의의와 유래를 알려 하기보다는 놀이시설 위주의 수학여행을 실시하고 있다.
일정 가운데 역사유적지 견학보다는 놀이시설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고,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2박3일 일정으로 수학여행을 다녀 온 ㅅ중학교는 이틀씩이나 용인 에버랜드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행 코스를 보면 첫째 날은 국립중앙박물관, 다음 날은 용인에버랜드와 호암미술관을 관람한 뒤 에버랜드 통나무집에서 잠을 잤다. 마지막 날은 에버랜드 놀이시설을 자유이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ㅇ중도 마찬가지. 에버랜드에 숙소를 정하고 자유관광 위주로 돼 있다. 오는 30일 2학년 301명이 수학여행을 떠나는 또 다른 ㅇ중의 경우 첫째 날은 경복궁과 중앙박물관을 관람하고, 둘째 날은 호암미술관·에버랜드 전일 자유관광·에버랜드 야간 개장 관광, 셋째 날은 천안독립기념관, 부여 부소산성을 둘러 본 뒤 학교에 도착한다.
또 3박4일(8~11일) 일정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ㄷ여중의 경우 장소를 에버랜드와 강원도 설악권 일원으로 정했다. 여행일정은 에버랜드~제4땅굴~설악산 등반~경포대·오죽헌~학교 도착으로 돼 있다. 여행경비는 14만5000원이다. 하지만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1만5000원은 별도여서 학부모들은 제주도 여행 경비 수준인 16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수학여행이 5월에 집중되다 보니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전국에서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놀이시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 하루 일정을 아예 놀이시설에서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부모 임모(42)씨는 “큰 아이가 작년에 롯데월드로 수학여행을 갔는데 놀이기구를 타는 데 1시간 이상 걸리고 1~2개 밖에 타지 못했다”며 “왜 하필 사설 놀이시설을 수학여행지로 잡았는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김대준 정책실장은 “초·중·고교의 수학여행이 어른들의 관광을 닮아가고 있다”면서 “학부모 설문이나 학생의견을 통해 수학여행지가 결정되는 만큼 프로그램 개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왜 학교에서는 에버랜드를 선호하는 것일까?
에버랜드 측에서 15% 정도 입장료를 할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광주 모 초등학교 교사는 입장료의 10%를 할인받아 식사비로 사용했다 징계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수학여행을 역사체험이나 현장체험학습의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중학교 교사는 “충분한 대안들이 있음에도 굳이 `비싼’ 놀이터로 여행한다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
|
|
자유게시판
132
7
7
학교 밖 교육 무색한 수학여행-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