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올리기에 적절한 곳인지 모르겠지만 올립니다. 광주광역시교육감 홈페이지에 올린 글인데 여기에도 올립니다. 관심 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안녕하세요? 무등중학교 교사 정수연입니다. 저의 불찰인지 몰라도 제가 지난 해 진학시킨 대신고 학생이 현재 입학이 취소되어 학교에 나가지 못한다는 소식을 학부모로부터 접했습니다. 사연을 알아본 결과, 입학 자격이 안 되는 학생들 14명에 대해 교육청이 입학취소, 수업료 반환 등을 명하였다고 합니다. 이 학생은 숭의고 보통과를 지원했다가 탈락해서 후기 일반계고를 진학할 형편이었기에 제가 학부모님에게 대신고(2년간 오전 수업, 고등학교 학력 인정)를 추천했고, 부모님과 학생이 함께 대신고를 방문하여 상담 후 원서를 제출하여 최근까지 잘 다니고 있었습니다. 입학 전 입학 자격에 대해 여러차례 문의하였으나 당해 졸업자도 문제 없다는 답변을 여러 차례 확인하였고, 부모님 역시 입학자격에 대해서 다른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고등학교 진학과 관련하여 현재 중 3 담임들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내용은 제가 생각하기에 특성화고등학교 실과에로 가지도 못하고, 일반계고 진학도 어렵다고 생각되는 99-100% 학생들의 진학입니다. 물론 후기 일반계고가 있어서 광일고를 갈 수도 있고 숭의고 보통과를 진학할 수도 있겠으나 이 아이들이 중학교 내신을 이 정도 얻는다면 공부습관은 물론 기초 학습 부족으로 학교에 수업료 납부하기 위해 가는 경우가 태반이고 중도 탈락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알고있습니다. 물론 중학교 교사로서 상급학교 진학에만 관여하고 그 후의 학교생활은 학생 개인의 책임이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추후 학생들의 적응, 탈락, 진로 등을 같이 고민하는 입장에서 일반계고로의 진학은 달갑지 않았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오전 수업 2년으로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주는 학교는 분명 이로운 점이 있고, 방과 후에는 컴퓨터 학원을 저소득층 대상으로 지원받아 다니도록 소개해 주었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한 걸까요?
또한 고교진학현황을 보고하면서 장학사님께도 대신고로 진학한 학생은 어디로 분류하여야하느냐고 두 차례 정도 문의하였지만, 입학 자격이 안 된다, 진학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 학기가 지난 지금에서야 입학자격 운운하며 학교를 다닐 수 없고, 이 아이들의 입학을 내년에도 보장할 수 없다고 하니,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황과 패배감, 낙오되었다는 상실감으로 이 아이들 인생이 어떻게 휘둘리게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
대신고등학교의 잘못된 처신으로 인생의 진로가 불투명해진 14명의 입학취소된 학생들을 구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중학교와 학생, 학부모는 학교의 입학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아무런 문제가 없이 입학을 하였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조건이 안 되는 학생들에 대해 입학을 권하고 하게 한 대신고등학교 관계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뒤늦은 행정처분의 결과로 선의의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 답답한 마음에 다시 한번 글 올립니다. 대신고에 대한 소식은 어제 뉴스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학력은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와 상응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신고 입학취소된 14명의 학생들도,그 학교를 보내려고 고민했다면 그 가정의 경제 사회적 지위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진학시킨 학생의 경우에도 형편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오랜 당뇨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의 노동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 학생은 착하고 성실하지만 공부도 운동도, 무기력하기만 했습니다. 경제적 형편 때문에 오랜 시간 아이를 방치해 두었던 어머니가 진학을 앞두고 한숨 쉬며 걱정하던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 합니다. 내신성적이 100%에 가까운 이 아이를 받아주는 특성화고도 없습니다. 광산구에 있는 후기 일반계고를 동구 소태동에서 다녀야하는데 등하교 시간만 2시간이 넘습니다.
2년 학업에 고등학교 학력 인정이 가능한 학교는 이 아이에게 유의미한 조건이었고, 입학 조건에 어긋난다는 설명을 하지 않았기에- 당연히 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입학하여 한 학기를 다녔습니다.
지금은 한 학기의 학기생활이 아무런 기록 없이 사라져버렸고, 학교도 다닐 수가 없습니다.
남들 다 학교 가는 시간에 학교를 못 가고 집에 있는 시간이란 고등학생 아이에게 가혹합니다. 부정으로 학교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최소한 이 학생들을 구제해서 대신고에서 학업을 마치도록 해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또는 다른 학교로의 전, 편입 등으로 이 학생들의 학업이 이어지도록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니까요.
문제가 있으니 학교를 나오지 말아라가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가 우리가 학생들에게 해 줄 어른으로서, 그리고 상급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요? 또한 입학 규정을 엄격하게 사전감독하지 못한 교육청의 책임도 학생들이 져야 할까요?
학생들의 인생을 망치는 교육행정이 아니라 규정은 따지되 인간적인 교육행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학생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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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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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고 14명이 우리 아이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