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 폐지의 의미
노현경 (인천시의원)
지난해 10월 인천시와 시교육청은 인천교육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의 4대 협약(MOU)을 체결했다. '학력향상 선도학교 운영', '무상급식 단계별 실시', '대안학교 설립', '중학교 학교운영 지원비 지원' 등이다. 이는 송영길 시장과 나근형 교육감의 교육 분야 공약 중 공통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시와 시교육청은 학교운영지원비에 대해 올해 중학교 1학년 지원을 시작으로 2013년 중학교 3학년까지 연차적으로 지원을 확대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2002년 중학교 의무교육이 도입된 이후 10년이 지나서야 내려진 결정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진다. 우리나라 헌법 제31조 3항에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고, 중학교 교육은 의무교육이므로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는 폐지되는 게 당연한 것이다.
의무교육이란 부모에게는 자녀를 중학교까지 교육시킬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에게 자녀를 중학교까지 교육시킬 의무가 주어지는 반면에 국가는 양육권자인 부모가 맡긴 자녀를 중학교까지 무상으로 교육할 책임을 지는 것이다.
한동안 일부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 납부 거부운동이 거세게 일기도 했고 반환 소송까지 할 정도로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제는 학부모들 사이에 중학교 의무교육을 위해 학부모가 학교운영지원비를 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기초에 자녀의 학교급식비 자동출금 동의와 함께 자신의 통장에서 학교운영지원비 명목으로 분기별로 5만원가량이 출금되어도 그저 수업료의 일부를 내는 것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온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학교운영지원비가 무엇인지, 왜 내야하는지, 어디에 사용되는지 제대로 아는 학부모들은 별로 많지 않았던 것이다.
학교운영지원비는 그동안 '사친회비', '기성회비', '육성회비'라 일컬어지다 1996년 학교운영위원회가 생기면서 명칭이 바뀐 것이다. '단위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교운영지원비를 징수할 수 있다'(초중등교육법 제32조 1항 7호)는 법적 근거가 있다지만,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상위법과의 충돌로 폐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학교운영지원비는 보통 학교의 일반회계에 함께 편성되어 교원 연구비나 회계 직원, 일용직 인건비 등 학교 운영비로 사용돼 왔다. 인천의 경우 연간 중학생 1인당 약 20만원이고, 2013년 중3까지 지원하는데 약 22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이는 인천교육 재정의 약 1%에 해당된다. 중앙정부나 시교육청이 의무교육의 취지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갖고 교육재정을 조금만 더 확충한다면 학부모에게 연간 20만원의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고도 완전한 의미의 중학교 의무교육을 실현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 16개 시·도교육청들도 나름대로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 지원을 확대해 나가려는 추세이다. 중앙정부는 중학교 학교운영 지원비에 대해 그저 시·도교육청이 알아서 할 일인 것처럼 소극적으로 수수방관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중앙정부나 시·도교육청은 의무교육인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갖고 근본적인 폐지를 위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 완전 폐지야말로 학부모의 교육비 경감을 위한 그 어느 정책보다 가장 우선되어야 할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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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 폐지의 의미(경인일보 칼럼 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