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와 인권교육
노현경 인천시의원
2011년 02월 09일 (수)
우리나라 교육계의 윤리 판단기준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는 '유교적 가부장주의'를 바탕으로 형성돼 있다. 이런 윤리관이 사회·문화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급진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윤리관의 급격한 변화는 기존 '가부장적 윤리관'과 '개인의 인권을 강조하는 민주사회 윤리관'의 충돌로 이해될 수 있는 형태로 교육계 곳곳에서 나타나게 되었다.
즉, 교사와 교사간의 갈등, 교사와 학부모와의 갈등, 교사와 학생간의 갈등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런 갈등 한가운데에 나타난 것이 학생인권조례인데 이것은 우리나라 윤리관 변화의 현실화된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놓았지만 인권에 대한 기본적 문화가 완벽하게 형성된 환경에서의 조례가 아니라 급격한 사회변화 중에 만들어진 조례이기 때문에 가부장적 윤리관을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반대적 윤리관을 가진 사람들도 혼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권을 '자기만의 배타적 권리'라고만 생각할 뿐 '타인의 인권에 대한 의무'도 발생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쉽다. 그래서 또다른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몸으로 겪으면서 인권에 대한 학습을 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인권이 안정된 문화의 형태로 자리 잡아가면서 비로소 갈등은 줄어들게 된다.
이것을 이렇게 이해해보자. 서구의 법률을 복사해온다고 우리나라가 갑자기 서구화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인권조례를 만들었다고 완벽한 인권이 갑자기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문화가 바탕이 되지 않는 법과 조례는 원래 의도했던 것과 다른 혼란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문화의 변화는 사회, 경제, 정치, 교육 등의 변화의 종합판이다. 따라서 아무리 완벽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문화의 뒷받침이 항상 필요한 것이다. 결국 학생인권조례가 온전한 문화적 뒷받침이 없기 때문에 영혼없는 껍데기 조례가 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선 문화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지속적 '인권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인권을 자신의 배타적 권리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인권을 보호해 주어야 할 의무도 발생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면, 인권을 운운하며 선생님을 무시하는 학생도 줄어들 것이며, 학교내 질서를 위해 그리고 다른 학생들의 인권을 위해서 무질서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인권은 인간이기에 갖는 권리이지만 또한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의무를 지킬 때 온전한 것이 된다. 그리할 때에야 학생인권조례가 진정 완성되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오직 학생들의 인권만 지켜준다는데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로 하여금 선생님과 부모와 다른 학생들의 인권도 같이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자신과 타인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학교내 규정을 지켜야하며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적절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해주어야 한다.
왜곡된 인권에 대한 이해를 극복할 때까지 인권에 대한 지속적 교육과 불완전한 인권정책에 대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권정책의 온전한 완성은 인권문화가 완성된 후에나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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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와 인권교육 (인천일보 칼럼 2011.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