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일제고사는 교육의 질 저하를 불러올 것”
<인터뷰> 핀란드의 평가 전문가 요우니 봴리야르비(Jouni Valijarvi) 교수
강성란 기자
“한국은 학교 간, 학생 간 경쟁 압력이 많은 것 같다. 학생들의 보충수업이나 과외, 학교 장학, 교사평가는 핀란드와 다른 점이라 생경했다”
PISA(경제협력개발기구 국제학업성취도 비교 조사) 평가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며 학교 개혁 모델로 불리고 있는 핀란드의 학교 정책 및 평가 전문가 요우니 봴리야르비(Jouni Valijarvi) 교수가 전교조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경쟁’을 중시하는 한국 교육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핀란드 교육의 힘을 신뢰받는 교사와 모든 아이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질 높은 교육에서 찾았다.
요우니 교수는“핀란드에도 교원평가가 있었지만 교사·학교 통제라는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사라졌다”면서 “핀란드에서 교사는 신뢰받는 인물이며 자율권이 존중된다”고 밝혔다. 혹시 있을지 모를 학부모의 불만은 ‘교사 평가’가 아닌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해결해 나간다고 했다.
교사는 엄격한 교원 양성 및 연수 과정을 통해 길러지며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역시 높다고 전했다.
요우니 교수는 일제고사 형식으로 치러지는 한국의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해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메뉴의 식사를 하라는 것과 같다”면서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 저하를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는 “학교 별 편차는 당연한 것인데 모든 아이들에게 국영수 평가를 실시하고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아이들이 학교를 싫어하게 만드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핀란드에서도 한국과 같은 목적인 ‘학교 간 격차 확인’을 위한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지만 전체 학생의 5~7% 수준의 표집 평가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제고사 실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은 차라리 교원 연수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꼬집었다.
“핀란드에서는 능력이 다른 아이들이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에 이견이 없다”는 말로 정부가 수월성 교육을 내세워 추진하는 우열반이나 영재학급 등의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한 공간에서 공부하는 것이 학생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핀란드가 PISA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으로 증명 됐다”고 밝혔다.
요우니 교수는 13,14일 전교조 참교육실천대회 참석을 끝으로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친다.
다음은 요우니 교수 인터뷰 전문이다.
- 단위 학교에 대한 정기적 장학 활동은 왜 없어지게 됐나?
= 핀란드 역시 학교 감독 시스템이 있었으나 1995년에 이미 없어졌다. 2년 간격으로 학교 운영에 대한 전반적 내용을 정부에 보고하는 형식이었는데 이것이 학교 각각의 독립적이고 자율적 활동을 저해한다는 판단으로 사라졌다. 핀란드의 교사들은 신뢰받는 인물이며 자율권도 존중된다.
- 교원평가에 대한 국민 요구는 없는가?
= 핀란드에도 교원평가가 있었지만 교사와 학교 통제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고 교육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으로 없어졌다. 1990년대 지방자치제도가 활성화 되면서 교육분권화가 이루어졌고 학교는 교장 책임제로 운영된다. 학부모가 불만이 있을 때에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그 내용을 논의해서 고쳐나간다(여기에서 안승문 스웨덴 웁살라대학 객원연구원은 “핀란드에는 교사 평가는 없고 학교 자치 차원의 학교 자율 평가를 통해 간략한 피드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외부 평가는 통제의 개념이므로 학교 자체 평가가 중요하다. 이 같은 평가는 학생과 교사에게도 스스로 평가하는 힘을 길러준다.
- 교육과정은 어떻게 운영되나?
= 핀란드 역시 국가수준에서 전반적으로 제시하는 평가 기준이 있으나 학교별, 지자체 상황별로 변형이 가능한 열려있는 개념이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과목, 시수, 교수학습법 역시 학교 상황에 따라 재편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와 학교당국의 가르치는 것에 대한 선택권은 다양하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열어놓고 모든 이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한다. 핀란드의 교사 교육 수준은 높은 편이고 이들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일반인도 인정하고 있다.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진 교사들로 교사의 질을 담보할 수 있다.
- 교사 연수 및 교원의 질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나?
= 교사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초등 이전, 초등, 중등으로 등급을 나눠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강조하는 것은 교육연구이다. 예비교사들도 교육연구에 대해 집중 훈련을 받는다. 일기, 수학 능력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영역의 교사에 대한 교육을 특히 강조한다. 아이가 어릴 적에 문제를 발견하고 최대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원에서 일반 교육에 대한 양성 과정을 마친 뒤 이 같은 특수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
- 한국의 일제고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평가는 중요하다. 평가를 통해 학생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진단한다. 하지만 국가적 평가에 부정적인 이유는 똑같은 내용의 문제를 풀면서 경쟁이 심해지고 결과가 공론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처한 환경에 따른 학교의 편차는 당연한 것인데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학교 학생은 이 때문에 자신의 학교가 싫어질 것이다. 일제고사는 교육개념을 좁게 해석하는 문제를 갖는다. 배운 것을 창의적으로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평가의 내용이 되어야 할 터인데 이 시험은 지식을 중시하는 국영수 평가가 중심이 된다. 이 같은 평가는 교육의 의미를 찾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 저하를 불러올 것이다.
핀란드에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있지만 5~7%의 표집 평가로 진행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학교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전국적 교육평가를 만들어내는 것에는 비용이 많이 소모되지 않나. 이 돈으로 차라리 교사 연수를 하는 것이 낫다. 일제고사는 “아이들에게 똑같은 메뉴의 밥을 먹으라는 것과 같다”
- 한국의 방과후 부진아 수업이나 우열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핀란드에서는 능력이 다른 아이들이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가 높다는 것에 대해 이견이 없다. 이미 PISA 평가에서도 증명되지 않았는가. 공부 잘하는 학생, 못하는 학생이 모두 좋은 성적을 얻고 있으며 이들 간 격차도 적은 편이다. 방과후에 부진아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아이들이 벌이라고 판단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못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수업 시간 내에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학급당 학생수가 20명 내외인 핀란드의 교실환경에서 가능한 일이다.
교사의 질이 높은 것도 이 같은 수업을 가능하게 한다. 교사들은 훌륭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으며 훈련을 받고 있다.
|
|
|
언론보도
708
36
10
“획일적 일제고사는 교육의 질 저하를 불러올 것”- v핀란드 교수 인터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