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 서울국제고는 혈세로 만든 입시목적고
한겨레 | 기사입력 2007-05-30 19:33
[한겨레] 서울시교육청이 30일 ‘국제분야 인재의 발굴·육성’을 명분으로 내년 3월 서울국제고를 개교하기로 하고, 신입생 전형요강과 교육과정 편성·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장기 국외생활 뒤 귀국한 학생에게 적절한 교육 기회를 준다’는 애초의 설립 취지와 달리, △중학생 교과성적 우수자 선발 △전국 단위 모집 △수능 및 대학입시 대비 교육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어고에 이어 또 하나의 ‘귀족형 입시 목적고’를 교육 당국이 앞장서 만들려고 하는 셈이다.
시교육청 “수능·진학 대비”…교육부는 뒷짐
전국단위로 뽑아 성적우수자 싹쓸이 우려도
교육청이 발표한 모집요강을 보면, 입학 정원 150명의 절반을 뽑는 일반전형에는 중학교 3학년 1학기 국어·사회·영어 성적 상위 10% 이내인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국제고가 있는 부산, 경기와 추진 중인 인천 지역을 빼고는, 서울과 나머지 모든 지역에서 지원할 수 있게 문호를 열었다. 이로써 성적 우수자를 전국에서 ‘싹쓸이’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관·주재원 자녀 등 장기 국외체류 학생은 특별전형으로 입학 정원의 10%인 15명만 뽑는다.
2학년부터 무학년 교과목 선택제를 할 수 있게 한 점은 입시 대비 공부에 악용될 수 있다. 시교육청은 보도자료에서 “국내 대학 진학 희망 학생을 위해 수능 및 대학별 전형 대비 과정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단체들과 학부모단체들은 곧바로 서울국제고 설립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글로벌 시대에 국제 분야에 관심 없는 중학생이 있겠느냐. 교육청 계획을 보면 일반고의 교육 목표와 다를 바 없다”며 “국제고 신설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옥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정책위원장은 “특목고가 여럿 생긴 뒤로 사교육이 초·중학생에게까지 퍼져 있는데, 교육 당국이 국민 세금으로 이런 학교를 지으려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문제가 있다면 부산 국제고나 청심국제고는 왜 세웠겠는가? 서울만 반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설립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다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특목고 지정 권한이 시·도 교육감에 있다’는 이유로 대책이 없다는 태도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특목고 증설 억제책으로 ‘교육부 장관과 사전협의 의무제’를 내놓았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서울국제고 지정을 고시했고, 교육부는 지난 16일에야 사전협의제를 공포했다.
우형식 교육인적자원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서울시교육청에 국제고도 외고처럼 광역 단위로 모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며 “하지만 특목고 지정 권한을 쥔 교육감이 결정권을 쥐고 있어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창섭 이수범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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