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해 말고 벽돌 쌓듯 차근차근 학교혁신”
ㆍ유럽교사들 ‘한국교육’에 훈수
“교장을 설득하고 마음에 맞는 학부모들을 초청해 설명하고, 그리고 그냥 시작하면 됩니다.”
지난 11일 ‘학교 혁신 국제심포지엄’의 서울회의에서 독일 헬레네 랑에 학교의 알베르트 마이어 교사는 학교 혁신방법을 이렇게 소개했다. 학교 혁신이 쉽지 않지만 실천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 청중 사이에선 “와~아” 하는 소란과 함께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심포지엄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은 상황이 너무 다른 유럽국가들의 모델이 한국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를 궁금해했다. 행사 후 강연자들을 만나 한국교육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교장과 교사들 모두 학교를 바꾸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스웨덴의 푸투룸 학교는 처음엔 학교 혁신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3분의 1은 중립, 나머지 3분의 1은 반대 입장이었다. 독일의 헬레네 랑에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이 학교 마이어 교사는 “처음에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이 하나로 통합되지 않아 힘들었다”면서 “아이들도 ‘이런 걸 왜 하나’라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런 아이들의 말을 듣고 학부모들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마음이 맞는 교사들이 꾸준히 설득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학부모와 학생들이 납득하게 됐다고 했다.
학교 혁신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치적 결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제도화를 함께해 나갈 수 있는 정책입안자, 행정가, 지역운동가 등 인적 자원들을 한 데 끌어모으는 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이 백년대계인 것은 유럽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유럽 교사들은 학교 현장이 단기간에 바뀌기 어려우므로 쉽게 좌절하거나 조급해하지 말고 한 단계, 한 걸음씩 전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교사 및 학부모, 시민들과의 연대도 필수적이다. 마이어 교사는 “혼자 싸우는 사람은 성공의 기회와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시험과 학생 평가에 관해 유럽 교사들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교사의 학생 평가권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들은 “오랫동안 담임을 하고 여러 가지 모니터링을 하기 때문에 굳이 테스트를 하지 않아도 학생에 대해 교사가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학부모들이 인정한다”고 말했다. 테스트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삶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시험과 평가가 너무 많은 한국 교육을 조심스럽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 학생을 지도해본 경험이 있는 핀란드의 한 교사는 “한국의 부모들은 (핀란드 학교에) 시험이 없다는 것과 교사가 주도해 실시하는 평가에 대해 상당히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이번 국제심포지엄을 조직한 안승문 위원장은 “대한민국 교육을 이대로 둬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유럽의 학교 혁신 사례에서 아이디어만 따와도 국내 교육에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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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해 말고 벽돌 쌓듯 차근차근 학교혁신”(경향신문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