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공통점은 ‘자율·협력·창조·연속성’
ㆍ학교혁신 국제 심포지엄…유럽 4개국 성공사례를 듣는다
최근 교육개혁의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혁신학교다. 2009년 경기교육청에서 13개를 지정하며 시작된 혁신학교는 지난해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6개 교육청에서 올해 157곳으로 확산됐다. 교사들의 지원이 몰리고, 주변의 전셋값, 집값이 들썩일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만큼 학교 혁신, 새로운 학교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이런 혁신의 바람에 새로운 불씨와 상상력을 지피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을 시작으로 17일까지 전국 14개 시·도를 순회하며 열린 제1회 학교혁신 국제심포지엄이다. 20개 교육시민단체가 연합해 새로운 학교의 모습을 모색하는 이 자리에는 세계적인 교육선진국, 그 중에서도 특징적인 혁신과 함께 높은 학업성취로도 주목받은 학교의 교사, 교장들이 참석해 변화의 경험을 나눴다.
그중 지난 11일 서울 방배동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서울대회에서 발표했던 4개 학교의 모습을 소개한다. 이 학교들은 공통적으로 △자율적 학습계획 수립과 꼼꼼한 점검 △경쟁보다 협력 △팀별 작업, 팀 워크의 중요성 △개인 능력 최대한 발휘 △장기적인 팀 유지로 가족적 관계속 공부 △공간과 환경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학생 스스로 학습계획 세우고 교사는 꼼꼼하게 점검·지도
▲스웨덴 푸투룸(미래)학교 | 한스 알레니우스 교사
푸투룸학교는 1997년부터 2003년까지 낡은 학교건물을 재건축하면서 어떤 학교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진정으로 추구하는 교육학적 모델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스웨덴 내의 많은 곳을 벤치마킹한 결과, ‘벽이 없는 학교’라는 대원칙을 만들었다. 이 학교에선 소위 ‘큰 학교 안의 작은 학교’라 불리는 다섯개의 소규모 학교가 있다. 각각 6~16세 학생 160명과 교사 16명이 하나의 작은 학교를 이루고, 같은 팀에서 10년을 함께 배우면서 형제 자매, 부모 등 가족처럼 성장한다.
알레니우스 교사는 “1650년 네덜란드의 한 회화작품을 보면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한 방에서 개인적으로, 혹은 팀을 이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바로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모습”이라면서 “보기엔 혼란해 보이지만, 그것은 창의적인 혼란”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시간을 계획한다. 한 주에 17시간 정도만 교실수업에 할애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신들이 할 일을 스스로 정하는데, ‘플래닝 타임’이 시간표 상에도 있다. 금요일에 학생들은 학습계획서를 집으로 가져가 부모 서명을 받고 과목별 학습계획을 설정한다. 이것을 월요일에 가져오면 교사가 꼼꼼하게 점검하는데, 학생들의 학습계획을 잘 지도하는 것이 교사의 주업무 중 하나다. 푸투룸이 이끄는 이 학습 방법은 스웨덴 전역에 널리 알려졌고, 현재 스웨덴 전체 학교의 약 10% 정도가 이를 채용하고 있다. 이 학교는 또 환경을 ‘제3의 교사’라고 할 만큼 교육환경을 중시하고 있다.
6년간 한 담임 밑에서 생활…일주일에 2~3번은 개방학습
▲독일 헬레네랑에 학교 | 알베르트 마이어 교사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진 독일의 헬레네 랑에 학교는 독일 공교육 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학교다. 원래 입시중심의 김나지움 스쿨이었다가 종합학교로 인상적인 변화를 이뤄낸 곳이다. 2007년에는 학문적 성취, 다양성, 교육의 질, 책임감, 학교문화와 학교발전 등 6개 부문을 평가하는 독일학교상을 받기도 했다.
이 학교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민주적 절차와 책임, 프로젝트형 수업과 자기주도적 학습이다.
이 학교도 푸투룸학교와 마찬가지로 학년별 팀제가 있다. 5학년에서 10학년(10~16세)의 중등 종합학교로, 같은 팀이 되면 6년 동안 한 담임선생님 밑에서 함께 생활한다. 단, 같은 학년으로 팀을 구성하고 나이를 섞지 않는다. 학교의 규칙과 문화를 익히는 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학생들의 회의를 존중한다.
월요일 아침 자기계획 수립시간으로 한 주를 열고 주말 학급회의로 마무리한다. 특징적인 것은 개방학습시간으로 일주일에 2~3번이 있는데, 이때 개인이 선택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5, 6학년엔 점수를 매기지 않고 학생이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평가대화를 한다.
마이어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업 외의 개별적인 과제와 역할을 주고 있는데 이것도 책임감을 기르는데 아주 좋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교실청소도 스스로 한다.
문화예술 활동과 경험 통해 창조적 인성 기를 수 있도록
▲프랑스 기플라비앙 중학교 | 조지프 로세토 교장
로세토 교장은 ‘경험의 학교’ 운동을 통해서 학교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온 교육자이다. 경험의 학교 프로젝트는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경험과 실천을 통해서, 모두가 가고 싶은 혁신적인 학교를 만들어가는 운동이다. 어떤 형태의 지식도 경험을 통할 때 가장 잘 습득될 수 있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로세토 교장은 “경험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참는, 고생하는, 난관을 겪어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경험은 움직임을 만들어내며, 전복시키고 변형시키고 다른 것을 만든다는 뜻을 내포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통적인 학습에서 학생들의 몸은 책상과 의자에 갇혀있다고 비판하며, 몸을 자극하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런 면에서도 연극, 현대무용, 영화제작, 여행 등이 경험의 학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활동들이다.
졸업 때까지 ‘무학년’ 팀 생활, 학생이 세운 목표가 평가기준
▲핀란드 라토카르타노 학교 | 사투 혼칼라 교장
‘학업성취도에서 학교 격차가 별로 없고 모든 측정지표에서 거의 1등을 차지하는 나라, 교육은 경쟁이 아니라 함께 공유하고 학습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나라.’ 혼칼라 교장은 핀란드 교육에 대한 영상물로 발표를 시작했다.
라토카르타노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수업이 ‘무학년제’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연령이 다른 학생들로 구성된 그룹에서 졸업할 때까지 생활한다. 모든 학생들은 개별적인 학업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다음 학년으로 진학하게 된다. 학생들은 1~9학년이 아닌 하나의 학습 그룹이나 홈 지역에 소속된다. 모든 학습은 지속적인 성과를 전제로 진행되며 학생들은 자신이 아직 배우지 않은 지식에 대해 공부하되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다시 배우지 않는다. 유급은 없다.
평가는 비교 평가가 아닌 개별적으로 수립한 목표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해당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 새로운 목표를 다시 설정하도록 도와주고 실패한 경우에는 새로운 방법이나 지원을 마련해 다음에 더 나은 성과를 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 매년 학생과 부모 교사가 함께 모여 상담하고 개별학습계획을 평가한다. 학년 말엔 서면작성보고서를 제공받는다
혼칼라 교장은 “‘같다’는 것이 배움에 해가 되진 않지만, ‘차이’는 발달과 학습을 분명히 촉진시킨다”면서 ‘이건 학생뿐 아니라, 교사와 다른 어른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며 그 때문에 다른 수준, 다른 연령, 다른 관심사의 아이들이 함께 모인 무학년제의 실행은 어렵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역량있는 교사가 핀란드 교육의 핵심”이라면서 “한국도 전 세계적으로 훌륭한 학생, 교사가 많은 만큼, 이 점이야말로 학교 체제를 발전시키는데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송현숙기자 song@kyunghyang.com
입력 : 2011-05-16 19:25:32ㅣ수정 : 2011-05-16 19:25:32
|
|
|
언론보도
708
36
3
혁신학교 공통점은 ‘자율·협력·창조·연속성’(경향신문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