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찬조금관련 방송
4월 27일 <3부>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
찬조금의 계절 새학기를 맞아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학부모들에 의해
부당 찬조금의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났다.
<뉴스매거진 오늘> 특집에 출연한 학부모들은
학급별로 100만원에서 300만원의 찬조금이 학급별로 할당됐고,
이를 채우기 위한 학부모의 강제 모금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학교가 공개한 경우는,
전체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이미 그 사용처가 학교 중요 비품 마련을 위해서가 아닌,
교사 접대비, 교사 유흥비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교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문제가 되는 찬조금들은 모두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걷는 것이고,
이런 자발적인 모금을 학교로서 마다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자발적인 기부냐 강제적인 모금이냐..
이런 물음은, 혹시나 내 자녀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이 땅의 학부모들에겐 부질없어 보이는 물음이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자발"을 강제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5일에는,
신고자의 신분 비밀을 보장하겠다던 교육청의 불법 찬조금 신고센터가
신고한 학부모가 누군지 해당 학교장에게 알려주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발생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것은 지금 문제가 되는 찬조금이
법적으로 과연 "불법"이냐 여부.
현행법상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친 "학교발전기금"은 합법이고,
이를 거치지 않은 모든 찬조금은 불법이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두 가지다.
지금 학부모들이 폐지를 요구하는 찬조금이
과연 학부모가 운영 주체가 되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치는
합법적인 학교발전기금과 다른 것인가가 그 하나고,
그리고 학교발전기금은 과연 학부모들의 뜻에 따라
교사 접대비나 유흥비가 아닌 학교 교육 시설 투자를 위해서만
쓰이고 있는가 여부가 또 하나다.
여기서 방송에 출연한 학부모와 국회의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학사모(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들의모임) 최미숙 회장과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은,
"학교발전기금과 찬조금은 다르다.
불법적인 임의 찬조금은 마땅히 없어져야겠지만,
학교발전기금은 지금 우리 학교 사정상 폐지해서는 안된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학교운영위원회 관리 아래 있는
학교발전기금이 아니라, 어머니회의 자체 모금 사용처가 문제다.
이런 모금은 학부모들이 알아서 자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참교육학부모회 대구지회 문혜선 회장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불법 찬조금은 물론이고,
학부모에게 걷는 학교발전기금 자체도 폐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불법 찬조금만 뿌리뽑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머니회(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가 그렇게 명확히 구분되지 않듯,
찬조금과 학교발전기금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합법적인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불법 찬조금이 걷히고 있다.
학교발전기금을 따로 걷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회(학부모회)에서 걷어놓은 불법 찬조금을 학교발전기금으로
한꺼번에 입금시키도록 하는 게 현실이다.
어차피 임의로 걷는 어머니회의 모금 사용처야 말할 것도 없고,
심의, 의결, 공개가 의무화돼 있는 학교발전기금의 경우도
적잖이 교육 시설 투자가 아닌, 교사 접대 유흥비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 의결을 하는 학교발전기금이라해도,
그 사용처를 일일이 따져서 왜 금액의 일부가 이런 데에 사용됐냐고
따질 수 없는 것이 지금 우리 학교의 구조다"라고 주장한다.
일단 정부는 참교육학부모회와 민주노동당쪽 입장에 서서
찬조금을 비롯한 학부모 대상 학교발전기금 자체를
전면 금지시키는 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지난 2월 제출한 바 있지만,
이 법안은 국회에서 무산되고 말았다.
워낙 지자체나 학교 재정 형편이 어렵고,
학교가 학교발전기금을 학부모가 아닌 기업체에서 받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학교발전기금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입장에 서 있는 한나라당 김영숙 의원도,
문제가 되는 "임의적인 불법 찬조금"을
그러면 어떻게 없앨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못했다.
학부모 대상 학교발전기금을 비롯한
모든 학부모 찬조금을 폐지시켜야 한다는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도,
학교발전을 위한 재정은 국가와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은 밝혔지만,
그것이 과연 현실적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찬조금 문제와 함께 관행으로 계속돼 온 학부모의 급식과 청소 당번 역시
뜨거운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 의무급식 당번제를 폐지했지만,
어차피 누군가는 급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암묵적인 동원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
급기야 지난 4월 6일에는
“어머니 급식당번제 폐지를 위한 모임”이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급식 배분 부담을 국가 예산으로 책임질 것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아직 정부의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청소 당번에 녹색 어머니회 활동까지
“애가 학교에 다니는지 내가 학교에 다니는지 모르겠다”는 학부모들이 늘면서,
이제는 아예 급식과 청소 당번 아르바이트까지 성행하고 있다.
이 문제를 두고 과연 "동원되는 것인지, 자발적 참여인지"를 놓고
학부모들의 논란은 분분하다.
거리에서 직접 리포터가 만나본 학부모들 가운데 일부는,
우리 아이들의 먹거리를 직접 보고 감시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학부모 급식 배분이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거리의 학부모를 비롯해,
어머니 급식당번제 폐지를 위한 모임 공동운영자로 있는 박은미씨는
급식 분배 인력은 국가가 학부모로부터 걷는 세금으로 해결하든지,
학교가 학부모로부터 걷는 학비로 해결해야지,
개인적으로 동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혼가정을 비롯한 편부모가정, 장애부모가정의 학생들이
더 큰 소외를 느낄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다.
게다가 방송을 통해 여러 학부모들은,
학교에 가면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데 빈손으로 갈 수 없어
뭐라도 사들고 가게 된다는 솔직한 고민도 털어놓는다.
사교육으로 멍든 마음, 이제는 공교육 현장에서 돈으로 몸으로 입은 상처까지,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은 그야말로 살아남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2005-05-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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