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인--
쏟아지는 가을 햇살을 받으며, 3시 30분에 있을 학교운영위원회 회의 참관을 위해 동구에 있는 ㄴ초등학교로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참관 시간에 늦었다는 황급함과 분주한 마음에 내리쬐는 햇살이 더욱 숨막히게 느껴지는 오후. 도시의 한가운데를 달려 도착한 교정에는 메마른 도시의 시멘트 벽 속에 갇힌 우리 마음에 날개를 달아주 듯, 커다란 고목 한 그루가 우리를 반겨 주었다. 서둘러 들어선 회의실에서는 벌써 많은 말들이 난무하고 있었고, 조용히 참관석을 찾아 그 모습들을 지켜보았다.
상정된 몇 개의 안건 중 우유 급식에 관한 안건을 가지고 각 운영위원들이 많은 의견을 내 놓았으며, 특히 우유 업체 선정에 대해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즉, 공개 입찰을 통해서 최저가로 입찰한 업체를 선정할 것인가, 혹은 양질의 우유를 공급하기 위해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할 통로를 만들어놓은 후 체한 입찰 혹은 수의 계약을 할 것인가가 주요 쟁점이었다. 최저 입찰제의 경우, 업체 선정에 대한 말썽의 소지가 없고 부모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들어주는 장점이 있으나 아무래도 품질 면에서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제한입찰 혹은 수의계약의 경우 학부모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양질의 우유를 공급할 수 있으나 민원 제기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교육청에서는 수의 계약에 따른 의혹과 불신, 각종 잡음을 없애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저가 입찰제를 우유 급식의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각 단위 학교에 그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고급 강화 우유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이 값싼 우유를 외면하고 버리는 문제 등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에서는 교육청의 지시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인 최저가 입찰을 실시하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해 교육청에 공개 질의를 한 결과 해당업체 방문 등을 통해 몇몇 우량업체를 선정하여 제한적인 최저입찰제를 시행하는 것도 가능하고, 예외적으로 수의 계약에 의한 방법도 인정은 하지만 시행에 신중을 기하라는 것이 교육청의 입장이었다.
선호도 조사 혹은 설문지 조사 등을 통해 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운위 등 공적인 기구가 몇몇 업체를 대상으로 비교 검토 후 제한입찰을 하는 것이 학부모들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반드시 그 경과가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차후에도 보고서 등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제대로 알려줘야만 한다. 이러한 민주적인 절차가 생략된다면 오히려 최저입찰제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열린 논의구조와 그것을 통한 합리적인 합의구조, 그리고 투명한
실행과 그것을 제어하고 감독해내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학운위가 합리적인 합의구조에 참여조차 하지 못하게 미리 급식 업체를 선정해 버린다면 학운위의 존재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참관한 학교에서 이와 같은 일로 해프닝이 있었는데, 우유급식업체 선정이라는 한가지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바람직한 학교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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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운영위워회의 참관기 (우유 급식 심의에 관하여) 2001-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