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의 교육실태 보고서/학교 먹여 살리는 학부모회
여성 2003/07/10 19:36:41
[김정희의 교육실태 보고서] 학교 먹여 살리는 학부모회
학교 발전기금 학교별 2천에서 8천만원까지일부 학교 교사 연구비나 회식비 사용 의혹도
우리 사회에서 초·중등학교는 공식적으로는 정부의 공교육비로 운영되는 의무교육 기관이다. 그러나 엄밀히 들여다보면 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다. 각 학교는 1000, 2000만원에서 수천 만원에 이르는 학교발전기금을 부모들로부터 기부 받아 학교 운영에 사용한다.
공부를 잘 하거나 간부인 학생들의 어머니들로 운영위원과 단체장 - 초등학교에서는 녹색어머니회나 도서위원회 등, 중학교에서는 명예교사회와 체육발전회, 어머니회 등 - 을 구성하고 이 어머니들 중심으로 연결되는 어머니들이 각 단체 회원으로 가입해 발전기금을 부담하게 된다.
발전기금을 걷는 방식은 학교장의 특성이나 부모 대표들의 성향이나 일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발전기금 모집으로 잡음이 생기기를 원하지 않는 교장의 경우는 운영위원들이나 다른 단체장 어머니를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어머니로 뽑아놓는다. 물심양면으로 교장을지원할 준비가 돼 있는 부모는 어느 학교나 있게 마련이고 한번 발탁된 어머니는 운영위원에서 물러나거나 단체장을 맡지 않더라도 계속 교장을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된다. 한 어머니들이 백여만 안팎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기금을 내게 된다.
가난한 학교 이해하는 학부모
그러나 위 모델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고 대부분 학교에서는 운영위원회, 명예교사회, 체육발전회, 어머니회와 같은 어머니 모임을 구성하고 어머니들은 각 모임 중 하나에 속하게 되는데 적어도 전체 어머니들의 약 20%에 해당하는 100여명의 어머니들이 어느 한 모임에 속하게 되고 이 어머니들 대부분이 10만원 가량의 발전기금을 낸다. 물론 대표 어머니들은 그10배, 20배에 이르는 기금을 내게 된다.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발전기금은 한 학교는 2000~3000만원 다른 한 학교는 8000여만원에 이르렀다. 이 기금은 학교측과의 협의 하에 다양한 학교운영비로 쓰이게 된다. 그 내역을보면, 화단 조성비이나 어항 유지비와 같은 학교 미화 관련 비용, 정수기 설치와 이용료, 화장실 청소비, 아침 조회 30분 전 영어 회화 지도를 하는 담임교사들에게 지급되는 장려금,농구부와 같은 체육부 활동 지원, 스승의 날 선물, 학교 공원화 사업 나무 지원, 음수대 보수 공사 등이다. 이 내역은 총무를 맡은 어머니가 정리해 학기 말 어머니 총회에서 보고를한다.
내가 참여 관찰한 학교의 학부모 재정 지원은 이와 같이 비교적 투명했다. 즉 특정 개인이착복하지 않고 ‘필요’의 우선 순위와 내용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학교에 필요한용도로 다 사용됐다. 학부모들은 가난한 학교의 실정을 이해하게 되면서, 학교를 도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졌으리라 짐작된다. 어머니들은 학교 내에서 어머니회, 명예교사회, 체육 발전회 세 단체를 구성하고 회장어머니로부터 발전기금의 필요성과 지출 계획을 듣는다.참석치 않은 어머니들 중 몇몇은 형편상의 이유로 또는 발전기금을 부당한 잡부금으로 단정하고 발전기금을 낼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들의 의견은 존중됐다.
그러나 이것이 일반적인 모습은 아닌 듯도 싶다.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은 세우지도 않고 우선 회비부터 거두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컴퓨터 기자재를 새 것으로 교체한다며 학부모들에게서 돈을 거뒀으나, 컴퓨터는 바뀌지 않고 “그 돈을 스승의 날과 여름방학 야유회 따위의 비용으로 쓴다”는 소리를 나중에 듣게 되는 경우들도 있다.
학교 재정지원 하는 학부모회
또 발전기금이 1억에서 수 억에 이르기까지 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아예, 결산에 들어있지도 않은 1000~2000만원이 부모들에 의해 움직이기도 한다. 교장과 학부모 대표들의 합리성의 유무나 정도가 이런 차이를 발생시킨다고 보인다.
발전기금 외에도 학부모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재정 지원을 한다. 학기 초 학교마다 환경미화 심사 때의 화분 지원부터, 명목상의 아이들이 벌이는 벼룩시장의 기금 마련에 이르기까지. 예를 들면 아이들의 벼룩시장은 결국 반마다 몇 명씩 행사를 도와주러 간 어머니들이얼마씩 돈을 내놓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특정 사업에 대한 자치단체나 교육청의 비현실적인또는 부실한 지원을 보충하기도 한다.
자치단체로부터 1억2000만원의 지원을 받아 학교 공원화 사업을 시작한 ○초등학교는 일을벌이고 나서야 이 돈이 콘크리트를 부수고 흙을 드러내고 배수로를 설치하는 등 공사비로거의 다 소모되고 정작 나무는 몇 그루 살 수 없음을 알게 됐다. 교장의 고민은 가까운 어머니들에게 전해졌고 결국은 녹색 어머니회 대표가 자발적으로 나서 바자회를 열겠다는 제안을 하게 됐다.
그러나 바자회를 통한 기금 마련은 외관상의 명목일 뿐 실제 기금은 반마다 십여명의 임원어머니들 -반대표, 반장·부반장 어머니, 녹색 어머니, 도서위원, 걸스카우트·보이스카우트등이 바자회 수입금에 각각 몇 만원씩을 보태어 한 반에 30만원을 맞추어 내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학교장 판공비부터 공개돼야
부모들의 재정지원은 언론의 단골 보도거리일 만큼 고질적인 교육문제이다. 그런데 언제나문제는 개별 학교와 학교장에 있는 듯이 비친다. 부분적으로 그런 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학부모로서 나는 연 300만원 가량의 학교장 판공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하다.급여 자체가 적어 교장들에게는 급여 개념으로 인식되는지, 아니면 다른 데 쓸 곳이 많아교사 연수비나 회식비는 부모들에게 의존해야 하는지 등이다. 이런 부분은 교장단 스스로밝히고 요구할 것이 있으면 요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발전기금은 실제 국가가 교육비를 전담하는 의무교육도 아니면서 의무교육이라고 강변하는 국가독점 교육에서 비롯된다.
한 학교의 7000여만원의 발전기금은 교육시설비, 교육용기자재 및 도서구입, 학생복리 및 자치활동으로 쓰였다. 부모들의 사적 지원이 없다면 학교는 당장 문을 닫거나 슬럼화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을에 입법화될 대안교육이 이런 모순된 의무교육제에 대한 대안적 준비의 물꼬가 될 수 있기를 기대 해본다.
김정희/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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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의 교육실태 보고서/학교 먹여 살리는 학부모 2003-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