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스’ 학생정보 업체로 무더기 유출 의혹
“670개 고교와 계약 ‘씨스쿨’로 흘러가지 않겠나”
학교 등급화 우려…전교조 “정부방지책 의심스럽다”
고등학교 670곳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담긴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사설 입시업체로 넘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성적,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 점수 등이 유출돼 고교등급제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겨레>가 국회 교육위원회 안민석 민주신당 의원한테서 받은 ‘네이스 학생정보 유출 자료’를 보면, 전국 670개 고교가 씨스쿨이라는 입시업체와 계약을 맺고 이 업체 진학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학교 교사들은 네이스에서 엑셀 파일 등으로 된 학생 정보를 내려받은 뒤, 학교 홈페이지에 실린 진학상담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있다. 입력되는 정보는 학생의 이름, 학년, 반, 번호 같은 기본정보는 물론이고 학생부 교과·비교과 자료, 진학 희망 대학 등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동의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업체는 3년 전부터 이런 진학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학교당 매년 55만원씩을 받고 있다.
안 의원은 “네이스에서 이 프로그램으로 학생 정보만 넘겨놓으면 간단하게 대학별로 내신 반영점수를 산출하거나 지원 가능 대학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업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학생 개인정보 흐름도로 분석해 볼 때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업체 쪽으로 흘러가지 않느냐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 “학생 정보가 이 프로그램에 쌓이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업체나 대학으로 넘어갈 경우 고교간 학력 차 시비, 고교등급제 논란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업체는 ㅎ, ㅊ, ㅇ사 등 논술업체들과 제휴해 학생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한 수능이나 내신 분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자에게 직접 시연을 해준 경기도 한 고교의 교사도 “프로그램으로 옮겨진 학생 개인정보가 해당 업체 서버를 통해 다른 곳으로 이관될 소지가 크다”며 “네이스 이용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업체 이기복 실장은 “순전히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학생 정보가 활용되고 우리 쪽으로 그 정보들이 오지는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은 아니며, 따라서 다른 업체나 대학 등에도 이런 정보를 유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학생 정보는 모두 본인들의 동의를 얻어서 구한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최복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보미디어실장은 “네이스 정보의 관리·이용과 관련한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학생 정보 유출 문제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며 “정부의 개인정보 유출 방지 노력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윤경섭 교육부 교육행정정보화팀 사무관은 “학교에 개인정보 유출을 주의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내고, 관련 부처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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