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이상 쌓아놓고도 등록금 인상에만 집착
노컷뉴스|기사입력 2008-02-27 15:05
주먹구구식 예상 편성…학교예산은 '비밀'
대학교 등록금이 최고 천만원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들 상당수가 한해 평균 백억원이 넘는 돈을 쌓아 두고도 여전히 등록금 인상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연세대와 고려대 등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 69곳의 예결산 자료 등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건축기금 등의 명목으로 학교 당 평균일백팔 억여원의 기금을 적립하고 있으며 ▲학교법인의 자산 등을 불리는데 예산이 당초 계획을 훨씬 초과해 집행됐고 ▲조사 대학의 절반 이상이 학교운영에 필요한 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참여연대는 "대학들의 이같은 행태는 필요 이상의 돈을 학생들로부터 거둬 들인 뒤 예산에도 없는 막대한 자금을 법인의 자산이 되는 곳에 투자하거나 적립하는 것"이라며 등록금 인상 철회등을 요구했다.
◈ '학생은 가난, 학교는 부자'…100억원 이상 쌓아놓고도 등록금 인상
참여연대가 조사 대상 대학의 2006 회계년도 적립금 실태를 분석한 결과, 총 6284억여원을 건축 기금 등의 명목으로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학교 당 평균 일백팔 억여원을 쌓아 놓은 셈. 학교별로는 연세대가 877억여원으로 가장 많았고 홍익대가 523억여원, 숙명여대가 429억여원, 성균관대가 369억여원 등이다.
기금의 43%인 2715억여원은 건축기금이었으며 목적이 불분명한 '기타 기금'도 41.29%인 2594억여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대학들이 교육의 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연구기금이나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학기금 등의 적립에는 소홀하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 '주먹구구 예산 편성'…예산의 44만배가 넘는 자금 집행
일부 대학의 예산 편성과 집행에도 문제가 있다고 참여연대는 지적했다. 조사 대상 대학의 2006회계년도 '투자와 기타자산' 항목의 경우 총 예산은 4,076억원인데 반해 결산액은 6,434억원으로, 무려 2,35팔 억원이 초과집행됐다.
특히 덕성여대의 경우 예산액은 1만원이었지만 결산액은 무려 44억여원에 달했다. 예산의 44만배가 넘는 자금이 집행된 것. 홍익대의 경우도 503억여원을 초과집행 했으며 가톨릭대·건국대·동덕여대·서울여대·숙명여대·연세대·인하대 등은 예산대비 1백억 여원 이상 결산액이 증가했다.
참여연대는 "당초 학교 예산의 80%에 달하는 등록금 중 예정했던 비용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적립금 등 법인의 자산을 불리는 용도로 지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 '학생만 봉?'…학교 건물 짓는데 재단은 한 푼도 안내
대학재단들이 학교건물을 짓는데 집중하면서도 막상 자신들은 한 푼도 내지 않는 경우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들 대학의 2006 회계년도 '자산 전입금과 자산 지출 실태'에 따르면 학교측에 자산 전입금을 내지 않은 대학은 연세대와 고려대 등 35곳으로 전체의 51%가 자산 전입금이 0원이었다.
반면 대학들은 교내 각종 건축과 부동산 매입 등에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고려대의 경우 609억여원을 비롯해 이화여대는 537억여원, 경희대 402억여원, 한양대 354억여원 등이었다.
참여연대는 "건물 등 부동산 매입과 건축 등 법인의 자산을 불리는 일에 재단의 예산이 쓰이기 보다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학교예산은 비밀'
각 대학들은 예결산 자료 공개에도 소극적인 것으로도 조사됐다. 현행 정보공개법 제2조에 따르면 '초·중등교육법 및 고등교육법 기타 다른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각급 학교'에 해당하는 대학은 정보공개 청구대상이 되는 공공기관이다.
그러나 69개 조사 대학 가운데 성균관대와 이화여대, 성신여대 등은 정보공개 청구 자체를 거부하거나 비공개 처리하는 등 31개 대학이 예결산 자료공개에 소극적이었다.
참여연대는 "대학들이 예산수립과 집행에 있어 명확한 산출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학교 예산도 재단의 자산증식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등록금 회계의 분리·독립, 학생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등록금 책정 공식기구의 의무화, 대학 적립금의 최소화, 등록금 상한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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