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 제작업체 선정방식 문제
시교육청, 관련업계 문서 일선학교에 그대로 이첩
--------------------------------------------------------오마이뉴스에서 퍼옴----------
최근 제작되고 있는 일선 학교의 졸업앨범이 교육청과 일선 학교의 탁상행정으로 좋은 질과 알찬 구성으로 제공되지 못하고 공급자 중심의 제작과정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시정질의에 나선 광주시의회 이형석(민주당 비례) 의원은 "이러한 문제점들은 앨범제작업체 선정방식에서 출발한다"며 "개인수의 계약이나 입찰경쟁을 통한 제품에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조달계약을 시교육청이 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시교육청을 추궁했다.
▲89년의 앨범과 2000년 졸업앨범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저 흑백이 칼라로 바뀌었을 뿐이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광주시교육청 졸업앨범 계약현황(2000년 기준)을 분석한 결과, 광주시내 총 초·중·고 244개 학교 중 조달계약 학교 수는 195개 학교, 29개 학교는 개인수의계약이나 단체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했다.
또 납품 단가의 최고가와 최저가는 모두 조달계약에 의한 것이며, 최고가는 광주과학고(6만4430원), 최저가는 송원초등학교(2만8000원)의 계약이었다.
문제는 두 배의 단가 차이에도 불구하고 면지(겉표지)와 속지의 질, 편집 디자인 등에서 하등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 작년 개인수의계약으로 새로운 디자인 등 질 좋은 졸업앨범을 만들어낸 일동초등학교의 경우 단가(3만4000원)는 그리 높은 것이 아니었다.
교육청이 기존 관행 권장
이 의원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수의계약으로 제작된 앨범은 조달계약 제품의 평균 가격(3만8069원)보다 낮으면서도 조달계약 최고가 제품의 앨범보다 제품의 질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했다"면서 "시교육청은 이러한 사례를 일선학교에 홍보하고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실정인데도 시교육청은 앨범조합의 협조문을 아무런 여과없이 일선학교에 이첩해 조달계약을 권장하고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시교육청의 행정 편의주의를 지적하고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실제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4월 9일 일선학교에 '광주전남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의 협조문을 그대로 이첩했다. 이 문서에는 '지금 전개되고 있는 깨끗한 교육풍토 조성을 위한 개혁운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단체수의계약(조달구매) 제도를 십분 활용하여 주실 것을 협조바라면서-'라고 조달계약을 권장하고 있다.
물론 시교육청은 민원이 발생하자 이에 대해 학부모, 학생, 교직원의 의견을 수렴해 계약방법을 채택해 민원의 대상이 안 되도록 일선학교에 조치했다.
▲관련 업체의 협조문을 일선학교에 여과없이 이첩한 교육청의 문서. 여기에는 조달 계약제도를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형석 의원은 "앨범을 비교해본 결과, 조달계약보다 수의계약 등을 통해 제작한 앨범이 재질과 디자인에서 우수하고 가격도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교육청에서는 일동초등처럼 좋은 사례를 적극 홍보하지 않고 있다"고 시교육청의 행정능력을 비판했다.
"제작과정,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꿔야"
졸업앨범의 경우 업체 선정방식은 크게 개인수의계약, 단체수의계약, 조달계약, 입찰계약이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졸업앨범이 조달계약에 의해 제공된 것은 87년부터로 알고 있으며 이는 중소기업 육성 대책의 일완으로 이루지고 있다"면서 "또 각급 교육청에서 계약하고도 납품을 하지 못하는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조달청에 요청해 조달계약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달계약'의 경우, 중소기업청이 '단체수의계약 품목'으로 지정고시하면 조달청과 한국사진앨범인쇄조합이 일정한 규격, 재질, 면수 등에 따라 협정가격을 발주하고 매년 2월에서 3월 사이에 각급 교육청에 고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일선학교에서는 조달계약을 하게 되고 앨범조합에서는 해당학교와의 거리 등을 고려해 실제 제작 사진관을 선정한다.
그러나 20년 전의 앨범과 현재의 앨범을 비교할 때, 사진이 흑백에서 칼라로 바뀐 것을 제외하고는 달라진 모습은 전혀 없다. 이는 조달계약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련업계의 선의의 경쟁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 협정가격이 개인수의계약이나 입찰계약을 할 때에 비해 질은 떨어지고 가격은 높았다.
실제 광주지역에서 가장 비싼 단가(7만5000원)로 제작한 살레시오 초등학교의 경우 조달계약으로 문의를 했을 때는 11만4000원의 가격이 책정되어 이를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더니 무려 4만원 정도 단가가 내려갔다.
▲ 개인수의계약으로 제작한 일동초등학교 2000년 앨범. 조달계약을 통한 앨범보다 우수한 품질, 새로운 디자인에 비해 가격은 낮았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는 조달계약의 가격이 합리적이기 못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달청 관계자는 "115부에 비해 면수가 많아서 단가가 올라간 것"이라며 "낮은 가격이지만 앨범제작에 따르는 부수적인 효과를 보고 가격을 책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조달계약방식에 대해 "업자간 과다경쟁에 의한 품질저하 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채택하고 있지만 이는 지극히 공급자 중심의 제작과정에서 나온 문제다"면서 "이제 경제논리에 맞게 수요자 중심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억의 앨범' 학부모, 학운위가 관심가져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값싸고 질 좋은 졸업앨범 만들기를 위해 지난 5월에 전국 대도시를 돌며 앨범 전시회, 간담회 등을 통해 좋은 앨범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졸업앨범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회의 관심과 노력이 관건이다"고 강조한다. 실제 조달계약이 가지는 장점도 있으며 제도개선은 일선학교에서 어떤 의지가 있느냐에 따라 졸업앨범이 달라지기 때문에 "학교운영위에서 '앨범소위원회'를 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광주 일동초등학교 한 운영위원은 "실제 학부모들이나 운영위원들은 조달청의 협정가격이 무슨 의무사항이나 되는 것처럼 잘못 알고 있다"면서 "이런 관행을 없애고 입찰이나 수의계약을 하는 것 자체가 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진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앨범만은 변화가 없다. 이는 기존 협회의 독점체제 때문이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앨범과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에 대해서 해당 학교와 운영위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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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앨범 제작업체 선정방식 문제 2001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