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체고 수영장 건물만 `덜렁’
당초 예산보다 80억 초과…내부시설 안돼 체전연습 못해
200억여 원을 들여 지은 광주체육고등학교 수영장이 알맹이가 없이 껍데기만 만들어진 채 방치되고 있다.
외관만 준공됐을 뿐 내부시설을 설치하지 못해 사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이는 예산 집행과정에서 재정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공사규모를 과다하게 늘렸기 때문이다.
현재 체육고 수영장은 준공검사를 마친 상태로 오는 10월 광주에서 열리는 제88회 전국체육대회 근대5종경기장(수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공인 수영경기에 필요한 수영장 및 제반 시설물에 대해 한국수영연맹의 공인을 받지 않은데다 내부 시설조차 설치돼 있지 않아 경기 진행에 차질이 우려된다.
7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체육고 수영장은 북구 운암동 체육중·고 부지에 연면적 4497㎡, 50미터(가로 25미터) 10레인 규모로 기숙사(6층)와 연결돼 있다. 2004년 국비 130억원이 반영돼 지난해 10월 개관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건물과 기숙사를 짓는 데만 2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등 당초 예산보다 80억원 가량 초과한 데다 완공 시기도 지연되고 있다.
게다가 국제 규격의 레인, 전자전광판, 스타팅 블록 등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훈련을 해야 하는 학생들의 이용 시기는 오는 3월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문제는 내부 시설물을 설치하고 수영연맹의 공인까지 받으려면 예산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예산 확보도 어려워 완공 시점도 불투명하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책정한 예산을 과다 지출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와 같은 여건을 고려해 당시 김원본 교육감은 수영장과 기숙사 규모를 축소할 것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으로 기숙사는 완공하되, 수영장은 외관만 준공해 내부 공사는 2007년 예산지원을 받아 개관하는 2단계 방안을 추진했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희곤 부위원장은 “예산(130억원)에 맞게 수영장과 기숙사를 지어야 하지만 과다하게 집행해 건물이 완공됐음에도 이용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예산지원이 없을 경우 복잡한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교육청이 예산을 함부로 집행하는 관행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으며 과다 투자로 지난해 550억원 가량 적자가 발생했다”면서 “더구나 올해부터 학교 신설 관련 예산은 민간자본유치사업(BTL)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부족한 예산을 메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교육청과 학교 측은 전국체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광주시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부시설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을 올해 전국체전 예산으로 충당하자는 것.
광주 체육중·고 관계자는 “교육청 지원금만으로는 완전한 내부시설을 갖출 수가 없다”며 “빠른 시일 내 완공할 수 있도록 광주시에 재정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초 계획보다 규모를 크게 잡아 공사비가 초과됐다”면서 “예산 확보를 위해 광주시와 절충을 벌이고 있으며, 선수들이 3월 이후부터 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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