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획일 우려되는 학교자율화
이명박 정부의 경쟁 지향적 교육정책이 점입가경이다. ‘자율’이라는 명제 하에 전인교육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마저 모두 풀어해치고 있다. 그 결과는 ‘무한경쟁’ ‘줄세우기’ ‘정글교육’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어몰입교육, 자율형 사립고 확대, 초·중·고 일제고사 부활, 0교시 및 심야학습 허용, 사설 모의고사 도입 등의 정책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충분한 의견수렴이나 사회적 합의 과정도 없다. 이 모든 정책의 포장지에는 ‘자율’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이런 정책들은 언뜻 보기에 학교교육의 자율화에 기여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자율을 강조하면 할수록 입시위주의 획일성이 드러난다. 명문 대학에 한 명이라도 더 진학시키는 쪽으로 학교교육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
교육과학기술부가 엊그제 발표한 ‘학교단위 자율화 추진방안’ 역시 마찬가지다. 이 방안의 핵심은 과목별 총 수업시간을 학교장 재량에 따라 20% 범위 내에 자유롭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 또 교육감이 지정하는 학교에 한해 정원의 10% 까지로 돼 있는 교사초빙권을 앞으로는 모든 학교가 정원의 20%까지 교사를 직접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교교과정 운영과 교원인사 등에 자율권을 크게 확대해 학교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학교를 ‘입시학원’으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높다. 학교별 평가가 강조되는 현실에서 자율성이 부여되면 입시과목 위주로 교과과정이 편성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국·영·수는 늘고 음·미·체는 줄어드는 상황을 쉽게 예상해볼 수 있다. 이른바 ‘국·영·수 몰입교육’이 교과과정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대입성적이 곧 명문학교를 판정하는 기준이 되는 상황에서 특별활동이나 예체능 교육에 비중을 둘 교장이 몇이나 되겠는가?
학교별 교원채용의 자율성을 학대하는 방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금도 일부 사립학교에서 교사채용 비리가 횡행하고 있는데, 모든 학교에서 20%까지 학교장 재량으로 교사를 채용하게 하면 그 부작용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들다. 우수교원을 직접 채용해 수업 경쟁력을 키운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교장 개인의 ‘정실인사’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앞으로 진행될 여론수렴 과정에서 이런 목소리를 경청해 ‘학교자율화방안’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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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획일 우려되는 학교자율화-광주드림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