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복지에 쓰면 안될까?
시교육청, 모조 명화 구입에 1000만원 씩 지원
학생 복지에 쓸 돈은 없어도 한 점에 수십 만 원이 넘는 모조 그림은 구입할 수 있다. 교수학습비는 턱없이 부족해도 100만 원이 넘는 고가 사진 작품을 살 수 있는 돈은 있다. 현재 광주시내 초·중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광주 시내 일부 초등학교가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들여 명화 모조품을 구입,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이 10대 역점사업으로 추진중인 ‘아름다운 학교만들기’ 일환으로 일선 학교에서 ‘학교 갤러리화’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아이들 정서순화도 좋지만 학교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너무 많은 돈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예산 낭비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전교조 광주지부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특별교육재정수요지원사업비라는 명목으로 예산을 신청한 학교에 대해 갤러리화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몇몇 학교는 자체예산에서 충당했다. 갤러리화 사업은 학생들의 정서 순화를 위해 명화 모조품을 구입, 학교 안에 설칟전시하는 사업이다.
현재 갤러리화 사업을 추진한 학교는 모두 15곳(서부교육청 포함)이다. 북구 ㅌ초교는 지난해 시교육청으로부터 1000만 원을 교부받아 미술갤러리를 설치했다. ㅅ초교(500만 원)와 ㅁ초교(870만 원), ㅇ초교(700만 원) 등은 자체 예산을 들여 구입했다. 또 ㅂ초교는 남구청으로부터 900만 원을 지원 받았다. 명화 모조품 가격은 한 점 당 20만~30만 원 수준이다. 시교육청은 갤러리화 사업 규모를 순차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해당 학교 측은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시교육청이나 동부교육청, 지자체 등에 예산을 요구하거나 학교 자체 예산을 들여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학교 측에서 구성원의 의견 수렴 없이 거액의 예산을 들여 학교 복도에 명화 모조품을 내걸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학교의 경우 학교운영위원회와 협의 없이 학교장 단독으로 추진했다. 심지어 모 초등학교는 지난 겨울방학을 이용해 이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명화 모조품 갤러리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가 한 곳이어서 특혜 및 뒷거래 의혹을 사고 있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대부분 학교가 공개경쟁입찰을 피해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또 일부 학교는 공개경쟁입찰을 피하기 위해 사업비를 900만 원으로 책정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중학교도 마찬가지다. 광주A중의 경우 최근 교장 출신인 유명 사진 작가 작품을 구입했다. 한 점에 100만 원이 넘는 고가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모조 명화나 사진이 아이들 정서 순화에는 좋지만 교수학습비도 부족한 상황에서 고가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교사는 “거액을 들여서 꼭 명화 모조품을 설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사업의 적절성에 의구심을 내비쳤다. 미술교사들도 “작품 대부분이 서양화이고 한국화는 찾아보기 어려워 명화에 대한 잘못된 오류나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특히 초등학생들에게는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학교 갤러리화 사업과 관련해 전교조 광주지부는 광주지역 모든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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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복지에 쓰면 안될까?-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