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자율화 밀어붙이기
교과부, `호남권 토론회’ 형식적 진행
학부모·교원단체 의견 배제 “설명회냐”
‘학교 자율화 조치는 학교 학원화 조캄, ‘교육과정 편성, 평가권을 교사에게로’, ‘교장 친위체제 구축은 입시경쟁 교육을 강요하는 정책이다.’
정부의 학교 자율화 방안에 대한 호남권 토론회장에서 성토된 내용들이다.
12일 광주시교육청 내 교육정보원 대강당에서 열린 ‘학교 자율화방안 호남권 토론회’에 앞서 교원단체들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학교 자율화 방안은 학교의 다양성을 없애고 입시를 위한 획일적인 교육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4·15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에 이은 후속 조치로 학교 자율화 추진방안(시안)을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이번 안의 주요 내용은 ‘교육과정·교원인사 등 핵심적인 권한을 학교 단위에 직접 부여하고 연간 총 수업시수의 20% 범위 내에서 증감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학교 간 경쟁을 통해 학교 교육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교과부는 지난 1일 부산을 시작으로 대전에 이어 이 날 광주·전남·북·제주 등 호남권 토론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는 교과부와 시교육청 입장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토론자를 구성해 ‘반쪽 토론회’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토론회가 찬반 의견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정부 정책 설명회에 그쳤다.
학교자율화 정책자문위원인 고려대 홍후조 교수는 ‘학교단위 책임경영을 위한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시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의 학교자율화 정책을 설명했다.
토론자들도 학교 자율화 정책의 큰 틀에는 공감했다. 일부 토론자의 경우 학교 자율화 방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 자율화 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이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반대 의견은 없었다.
광주교육대학교 박남기 총장은 “정부의 학교 자율화 정책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자율화 정책을 추진할 때는 시범실시한 뒤 성과를 지켜보면서 수정 보완해 점차 확산시켜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박 총장은 “교장의 권한을 확대할 경우 교사와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바람직한 방향은 교사에게 자율성을 확대하고 권한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시 교육정보원 정경호 교육지원부장은 △교과별로 연간 수업시수의 20% 범위 내에서 증감 운영을 허용하고 △교사 초빙권 확대, 학교장 교원 전보권 강화, 학교장 중임심사 강화 △자율학교 확대 등 정부 측 입장을 대변했다. 풍암고 김승 교장은 “학교장의 책무성에 맞는 경제적 대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광주지부는 “토론회라기보다는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다. 모든 내용이 졸속적이고 법 통과 전에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학교자율화 추진 시안을 강력 비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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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자율화 밀어붙이기-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