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내 일선 초등학교들이 거액의 예산을 들여 유명 그림의 모조품을 구입, 논란을 빚고 있다. 이른바 ‘학교 갤러리화 사업’인데 그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비록 모조품이긴 하지만 수준 높은 미술작품을 가까이서 감상하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을 주겠다는 데야 무슨 이의가 있겠는가마는 이를 보는 학교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선 학교의 예산이 모조 명화 구입에 거액을 쏟아부을 만큼 충분하지 않아서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특별교육재정 수요지원사업비라는 명목으로 모조명화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일부 학교는 자체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대략 한 학교에 500만~1000만 원 가량이 지원되고 있다. 현재까지 학교 갤러리화사업을 추진한 학교가 15곳에 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모조 명화를 구입하는 데만 1억 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됐다. 시교육청은 이 사업을 더 늘려나갈 계획이란다.
문제는 이같은 학교갤러리화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이 일선학교에서 화급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 예산이 점심을 굶는 아이들이나 저소득층의 방과후 학습 지원 등에 사용된다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1000 만 원이면 결식아동 200 명에게 한 달간 학교급식비를 지원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배우는 학생들에게 책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터. 시교육청도 ‘독서마라톤’을 진행하는 등 ‘독서교육’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한데도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선학교의 도서구입비는 작년보다 훨씬 줄였다. 작년엔 학생 1인당 1권 정도의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예산이 지원됐지만 올핸 그 절반도 안되는 ‘1인당 0.4권’의 예산 만 지원하고 있는 것. 책 살 돈을 줄여 명화 모조품을 산 셈이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더욱이 일선학교들이 구입해 전시하는 모조 명화들 대부분이 서양화에 편중돼 있어 아이들에게 그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도 제기된다. 또 모조명화를 구입하면서 공급업체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함으로써 ‘특혜’ 의혹마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예산은 모두에게 수긍이 가게 쓰여야 하는데 시교육청의 학교 갤러리화 사업은 아무래도 그와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교육청은 지금이라도 예산집행의 우선순위를 잘 따져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일 수 있도록 사려 깊은 행정을 펼쳐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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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예산 우선순위 잘 따져야-광주드림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