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학교 교구 중국산 사기납품
시의회 조사위, 교구납품비리 현장조사 시작
신설학교에 들어온 교구 상당수가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돼 사기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광주시의회 행정사무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지난해 9월 개교한 북구 A초등학교와 올 3월 개교한 북구 B초등학교 현장조사를 통해 밝혀낸 것이다.
이를 확인한 유재신 의원은 “조사 결과 신설학교 교장실·교무실 교구 90% 이상은 중국산으로 추정된다”고 주장, 신설학교 납품비리 핵심의혹으로 떠올랐다.
조사위는 또 신설학교에서 교구·기자재 등을 구매할 때 시방서(사양서) 작성 능력이 없어 특정업체에 부탁해 제출받았다는 한 학교 행정실장의 증언도 확보했다.
이는 가구조합을 통한 조달구매에서 ‘주문당시부터 업자가 정해져 있어 특혜를 받고 있다’는 그간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 업계에선 통상 시방서를 제출한 업자가 결국 납품권을 갖게 되는 것이 관행이다.
신설학교 납품비리 조사와 관련, 현장조사 첫날 일정에 나선 조사위는 이날 북구지역 5개 교를 대상으로 선정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A초등학교와 B초등학교는 신설학교 납품과 관련된 비리의 전형을 보여줬다.
유 의원이 먼저 “신설학교 교장실·행정실·교무실·학운위원 회의실 교구를 살펴본 결과 중국산 교구가 대부분이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중국 등 외국산 상품목록에 등재돼 있는 품목과 사양이 한 치도 다르지 않은 것.
실제 이날 A초등학교에선 ‘메이드인 차이나’라는 꼬리표가 그대로 붙어 있는 교무실 회의용 의자 8개가 확인되기도 했다. 나머지 품목들은 업체명이나 제조년월 등 기본적인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조사위는 이를 원산지를 숨기기 위한 의도적 작업으로 해석했다.
B초등학교 교장실 소파도 중국산으로 확인됐다. 교장 책상도 상품목록상 중국산으로 의심되지만 완전한 확신에는 이르지 못했다.
A초등 ㅇ교장은 현장조사 전 “중국산은 절대로 안된다고 늘상 강조했고, 한 개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확신한다”고 답했지만, 얼마못가 실체가 드러나면서 무색해졌다.
가구조합을 통한 단체수의계약은 지역 중소기업을 보호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여서 수입산 납품은 허용되지 않는다. 설령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시방서에 원산지를 표기하는 것이 원칙. 하지만 이 학교에선 수입산 납품이 기록된 시방서는 없었다.
중국산은 국내산에 비해 가격이 절반정도에 그치는 것이 현실. 때문에 이 제품들이 국산으로 둔갑해 정상가로 납품됐다면, 이 과정에서 업자가 취한 폭리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지금껏 “이렇게 남겨진 이윤이 학교 관계자나 교육청 공무원들에게 뒷돈으로 건네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 신설학교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돼 왔다.
“이들 학교들도 풀어야 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 조사를 참관했던 학부모단체 한 간부는 이렇게 주장했다.
A초등학교에선 또 특정업체가 시방서를 제출하고, 이것이 납품으로 이어졌다는 흔적도 감지됐다.
ㅇ행정실장이 “시방서를 작성할 능력이 없어 특정업체에 부탁했다”고 답변한 것. “3~4개 업체에 요구했고, 모두 다 납품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고 사족을 붙였지만, 이 학교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시방서를 제출한 특정업체가 교구구매와 관련 3000여 만원 이상을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의원은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납품한 것은 분명한 사기”라면서 A초등 교장에게 “고발할 의향이 있냐”고 물었고, ㅇ교장은 “사실로 확인되면 고발하겠다”고 답변해 향후 처리결과가 주목된다.
채정희·이광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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