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은 외면 교육은 부실
[방과 후 갈 곳 없는 아이들] <상> 방과후학교 겉돈다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을 공교육에서 거둬보자고 도입한 방과후학교. 하지만 사교육비 절감·저소득층 배려 등 당초 공언했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동·청소년의 방과후교육과 보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을 담보하는 조례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광주에서도 `방과후 아동·청소년의 보호 및 교육지원을 위한 광주지역 조례제정운동본부’가 27일 발족식을 갖고 정식 출범한다. 운동본부는 이날 시민토론회를 갖고 방과후학습에 대한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본보는 △겉도는 방과후학교 △열악한 지역아동센터 △대안은 없는가라는 주제로 세 차례에 걸쳐 집중보도한다. <편집자주>
“보육기능은 외면당하고, 교육은 너무 부실하다.”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방과후학교에 대한 학부모와 교사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불만의 원인은 뭔가? 그나마 잘 운영되고 있다는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대화에서 실태를 살펴볼 수 있다. “미술·컴퓨터 등을 시켜봤는데 한 달 하고는 안한다고 해요. 재미가 없다는 거예요. 엄마들이 억지로 시킬 수 없잖아요.” (ㅈ초등 학부모)
“여름방학 내내 만들기 배워서 가져온 작품이 왕관·부채였어요. 유치원 때도 그보다 더 멋진 작품 만들었거든요. 오히려 퇴보에요.” (ㄱ초등 학부모)
“뭔가를 배우겠거니 하는 기대는 안해요. 부모가 집에 없으니 아이를 안전하게 봐주는 것만으로 족하죠. 학원은 너무 비싸니까 방과후학습이 제격이긴 한데, 일주일에 2~3번에 그치니 나머지 요일은 막막해요.” (ㅌ초등 학부모)
광주시교육청이 올해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 방과후학교는 수치만으로 보면 성공적이다. 초등학교 134곳 전부, 중학교 80곳 전부, 고등학교 61곳 전부에서 방과후학교가 운영되고 있는 것. 참여 학생 비율은 초등 45.5%, 중학 56.9%, 고등 83.4%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방과후학교는 보충학습의 다른 이름에 불과한 실정. 고교 방과후학습은 거의 대부분이 교과프로그램이다. 특기·적성교육이 자리잡을 틈이 없다.
중학교의 경우엔 특기·적성교육과 교과프로그램이 혼재돼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특기·적성교육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정규교육이 제공할 수 없는 다양한 문화·예술·체험활동 제공’이라는 기본 취지에 부합한 듯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교육의 질이다.
학교 여건상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제약이 많다는 한계다.
“장구나 요가 등도 가르치고 싶은데 방과후학습은 천편일률적이에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요.” “컴퓨터반에 보냈더니 고학년들 자격증 준비한다고 저학년들은 신경도 안써주대요.” “강사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에요. 학교에선 교육의 내용·질에 대해 모른 척 해버립니다.” 학부모들의 누적된 불만이다.
결국 이들은 교육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 그나마 의지하고픈 것이 보육이다.
“수업 후에 오락실이나 위험한 곳에 있지 않고 학교에 있겠거니 하면 안심이 되거든요.” 하지만 이도 만족스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방과후학습은 일주일에 고작 2~3번 이뤄지고 말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설학원은 매일 지도가 이루어져 방과후학습과 별도로 사교육을 다시 찾는 실정이다.
사교육비 경감효과가 없는 이유다. 보육기능이 필요한 초등학교의 경우, 광주시에서 올 상반기 보육반을 운영한 곳은 13개교 14개 교실(무등초는 2개 교실 운영)에 불과했다. 수용 인원은 모두 합해서 280명.
광주시내 전체 초등학생(13만6084명)대비 0.2%에 불과한 실정이다. 시교육청은 올 하반기 41개교 42개 교실로 보육반을 늘렸지만 혜택을 볼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좁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방과후학교에선 교육이고 보육이고 기대할 게 없다고 푸념한다. 결국 이들이 내린 결론은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 학교가 학원으로 내쫓고 있다는 자조감이 섞여 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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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학교 겉돈다-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