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아닌 것이 없네
▲ 이광재<시민자치부 기자>
지난 16일 광산구의 한 초등학교. 지난주부터 시작된 신설학교 납품비리 관련 시의회 조사위가 들이닥쳤다. 여느 학교들처럼 학교측은 미리 현관 앞에 조사위 위원들이 갈아 신을 슬리퍼를 마련해 놨다.
이날 조사에서도 싼 중국산 물품을 포함해 학교 신설과정에서 벌어진 허술한 물품구매가 지적됐다. `싸구려’의 대명사인 중국산 물품은, 이번 조사위 활동에서 납품문제의 상징으로 떠오른 지 오래였다. 싸구려가 일반 시중가격보다 더 비싼 고가품으로 학교에 납품됐고, 이 과정에서 생긴 차액은 업자와 교육관계자 사이 리베이트(뒷돈거래)의 원천으로 의심되기에 충분했다.
조사위원들의 `닥달’이 한창일 무렵. 참관인석에 앉아 있던 기자는, 신고 있던 슬리퍼 안쪽의 흰색딱지에 주목했다. 잡아당겨보니 아뿔싸, 여기에도 `MADE IN CHINA’라고 새겨져 있는 게 아닌가. 조사위원들 역시 같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한 조사위원은 학교장에게 중국산 물품이 학교에 들어와 있다면 환수는 물론 고발조치까지 해야 하지 않느냐고 다그치고 있었다. 이에 학교장은 “법적으로 더 알아보고 교육청과도 협의한 뒤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극히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대개 학교장들은 `환수’에는 쉽게 답하면서도 고발에 대해선 주저했다.
며칠간 조사위의 현장방문에서 확인된 것 중의 하나는, 학교 납품비리 척결은 교육관계자들의 `의지’에 달렸다는 것이었다. 가구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줄자 하나만 들고다니면 사양서와 일치하지 않은 물품들을 얼마든 찾아낼 수 있다는 게 확인됐다.
그럼에도 가구에 붙어 있는 중국산 딱지를 먼저 확인했다거나, 조사위 활동개시 이후 실제 줄자를 들고 제품 사양서와 일치하지 않은 물품을 확인했다는 학교측의 답변을 들어보지 못했다.
“뼈를 깎는 마음으로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힌 교육청 관계자의 말은, 사기 납품업자에 대한 교육당국의 고발이 그 의지의 바로미터가 될 것 같다.
jaju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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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아닌 것이 없네-광주드림 기자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