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자살 막지 못해 슬프다”
[인터뷰]박재성 전교조 광주지부장
노해경 기자neo@siminsori.com
교육관료들, 학생 중심 교육관 가져야
▲ 박재성 전교조 광주지부장.
임기 10일 남짓. 지난 2007년 ‘10년을 내다보고 준비하겠습니다’고 출발했던 박재성 제13대 전교조 광주지부장은 지난 2년의 활동을 “실패”라 말했다.
얼마 전 성적비관을 이유로 세상을 등진 한 초등생 사건을 지울 수 없어서다. 임기동안 성과보다는 숙제를 많이 남겼다고 말하는 박지부장. 최 일선에서 참교육을 진두지휘한 그를 통해 광주교육을 되짚었다.
▲지난 2년을 정리하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고 외친 것이 20년이 지났는데, 최근 성적 때문에 한 초등생을 잃은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이외에도 현재 예비교섭 중이긴 하지만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점, 광주교육 10년을 준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등 지난 2년은 실패였다.
중장기 광주교육의 미래를 제시해 시민과 함께하는 지부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대부분 숙제로 남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활동가 200인 양성 계획도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쉽다.
다만 고립적인 활동에서 벗어나 타 시민사회영역과 연대를 강화하려 노력했고, 촛불항쟁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현 MB정부가 모든 교육정책을 거꾸로 돌린 사태에 대응하고, 전방위적인 전교조 탄압에 맞서며 헤쳐왔다.
▲성과를 말한다면- 미흡하지만 학교·학생자치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학교자치는 각 학교의 분회를 통해서 접근했다. 분회가 학교 전체 교사회를 대변하도록 만들어, 학교행정의 제반사항을 학교장이 교사들과 협의해 결정하도록 유도했다. 예전처럼 학교장이 독단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학교가 많이 줄었다.
학생자치는 분회가 활성화된 학교의 학생부장 교사를 중심으로 학생회칙 등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전개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광주학생인권조례’ 제정 움직임은 이런 노력이 전반적으로 가시화된 것이다.
다만 학부모 단체와 적극 소통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학교운영위원회를 처음 제기한 것이 전교조다. 학교 행정의 투명성을 위해 제기한 것인데 아이들의 미래나 자치는 뒷전이고 정치적인 목적을 띠거나, 학교장의 전횡을 합법화하는 도구로 전락한 것이 사실이다.
▲시교육청에 한마디- 시교육청 관료들의 교육관이 학생중심으로 바뀌면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다. 지금껏 자신의 영달이나 승진을 위한 정책입안으로 전시행정만 낳았다.
관료들이 교육현장위에 군림하기 위해 학교를 찾아서는 안 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교육주체들과 토론해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지 제대로 듣는다면 정부의 입시위주 정책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다. 자율형 사립고, 영재고, 특목고 등 말도 안 되는 발상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
▲ 박재성지부장과 함께 지난 2년간 광주교육의 미래 10년을 준비했던 제13대 전교조 광주지부 집행부들. 좌로부터 조순영 간사, 정성홍 사무처장, 현병순 수석부지부장, 김대준 정책실장.
▲지역신문과 마찰이 있었는데- 일부 지역신문이 문제의식 없이 현상만 나열해서 생긴 일이다. 언론이 교육문제를 본질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길 바란다. 사회 현상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하더라도 정확한 팩트와 전망을 가져야한다.
우리지역신문들은 기사정보가 들어오면 사실 확인을 대부분 안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는 교육청의 왜곡된 정책에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교육현장을 제대로 인식하고 기사를 작성해 주길 부탁한다.
▲남겨진 숙제들- 전교조는 교육의 미래를 준비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활동가 200명을 확보해 교육재정·행정·내용 전문가로 양성할 계획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을 통해 지역교육의 현안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며 10년 앞을 준비해야 한다.
2010년 지방선거에 교육감 후보로 누구를 세울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서는 안 된다. 새 집행부는 준비팀을 조직해 지역교육 현안부터 명확히 하고, 전교조의 방향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사회의제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인물이 적합한지를 시민사회와 연대해 검증하는 것은 이후의 문제다. 특정후보 중심의 지방교육자치가 아니라 교육이슈를 선점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후 계획은- 일단 이전 근무지였던 광주제일고로 돌아간다. 현장으로 돌아가면 지난 30년간 내가 걸어왔던 교육·사회운동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갖으려 한다. 그간 세월의 반성과 정리는 새로운 출발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 속에서 새로운 모색을 시도할 것이다.
한편 지난 82년 광주대동고에서 교편을 잡은 박지부장은 89년 전교조 결성이유로 해직됐다가 94년 복직했다. 주요 경력으로는 전교조 광주지부 편집·정책·실장 및 사무처장, 국공립고교지회장·동부교육자치위원회 정책실장·지부 통일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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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자살 막지 못해 슬프다-시민의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