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대학 현수막 인권침해 논란
13일 교육단체 인권위에 진정서 접수
김영대 기자zero@siminsori.com
▲ 지난 13일 전국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와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은 국가인권위 광주지역사무소에서 특정대학교합격 게시물에 관한 인권침해사례 보고 및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가졌다. 현수막에 대한 인권침해 진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학교 최근 10년간 108명 합격”
수능이 끝나고 난 후 고등학교 교문 앞을 지나다 보면 공공연히 볼 수 있는 현수막이다. 이런 게시물에 대해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가 접수됐다. 현수막에 대한 인권침해 접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와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이하 교육단체)은 지난 13일 인권위 광주지역사무소에 특정대학 합격 현수막 등을 내건 광주권 고등학교 31개교 등과 광주시교육청을 상대로 인권침해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 후 대학이 아닌 다른 곳으로 진로를 정하는 학생들을 배격하는 행위는 대입과 고졸을 구분 짓는 명백한 학력차별이다”고 진정 사유를 밝혔다. 또 “수능이 끝나고 걸리는 게시물들이 학생, 학부모, 학교 모두를 경쟁구도 속으로 내몰며 서열화시키는 것은 졸업을 앞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사들에게도 상대적인 박탈감과 위화감을 가지게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차에 걸쳐 광주권 내 63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특정대학교 합격 현수막 모니터링 결과 총 20개교였다고 교육단체는 밝혔다. 이들은 학교 홈페이지 팝업을 통해 게시한 현황도 총27개교라고 전했다.
교육단체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주요문구는 특정대학에 “몇 명이 합격했다”로 학교들이 그 숫자의 많고 적음으로 경쟁하는 것처럼 보였다. ‘2명 합격’, ‘4명 합격’, ‘6명 합격’ 등등.
기자회견에서 박형준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 활동가는 “이런 현수막이 입시경쟁 중심, 학벌 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다는 상징물이다”고 말했다.
피해자 사례 발표에서 고3 졸업생 A양(19)은 “수능 후 원서를 쓰기 시작했는데 학생의 적성보다는 성적을 보고 서울권 대학에 점수를 맞춰 권고하듯 말하는 것을 보았다”며 “학교 명예를 세우기 위해 점수로 학생들을 내세우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 발표자 B양(17)은 “각자 잘하는 것이 다르고 흥미를 느끼는 것 역시 다른데 학교에서는 다원화를 존중하면서 서로 다른 재능을 인정하기는커녕 모두 똑같은 틀 안에 등수를 매기고 있다”며 “학생들이 성적으로만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중학교 한 교사는 성명을 통해 “소수의 입신양명과 출세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비춰지는 특정대학 합격생을 알리는 현수막은 인권침해다”며 “그것은 공교육이 할 바가 아님을 인권위 차원에서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인권위는 전국적으로 이런 사례가 처음이라 진정서가 조사 대상이 될지 쉽게 점치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진정서 접수 처리 기간 3개월 이내에 조사 대상 여부의 타당성을 신중히 따져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광주지부 지부장은 “진정서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느냐 없느냐 그 의미보다 이렇게 여기에 진정을 함으로써 학생 인권에 관심을 갖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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