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력 세계 1위, 핀란드에서 배우자
장휘국(광주광역시 교육위원)
“한국은 학생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게 하려고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일제고사를 치르고 그 결과를 통지하고 공개한다. 따라서 사교육 부담이 엄청나게 크다. 그리고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교사를 징계했다. 핀란드는 어떤가?”
“핀란드에서는 경쟁보다는 협동학습을 강조한다. 국가적 시험은 7% 정도만 표집하여 치른다. 지역별로 치르는 시험도 평균만 공개하고 학교별로 통지를 한다. 다른 학교의 성적은 알려주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개인별 성적은 결코 공개하지 않는다. 모든 교사들이 이러한 원칙에 충실하고 언론에서도 그렇다. 사교육이 무엇인가? 모든 교육은 학교에서 이루어진다.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허락했기 때문에 교사를 교단에서 추방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핀란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핀란드엔 없는 말, 사교육
“한국 교사들은 공문에 따른 행정업무 부담 때문에 수업 시간에도 보고 공문을 작성한다. 핀란드 교사들의 공문서 업무 부담은 얼마나 되는가?”
“핀란드에서는 교장들이 그런 불평을 한다. 교사들에게는 아직 그런 불평을 들은 적이 없다. 공문서는 교장의 몫이고 교사는 수업에만 전념한다.”
“핀란드에는 1990년대에 관료주의적 장학 감사제도가 폐지되었다고 했는데 학교별로 나태하거나 교육에 소홀한 문제가 없는가?”
“전혀 문제가 없다. 모든 교사들은 더욱 헌신적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 교사들은 장학 감사제도가 폐지되기 전부터 학생 지도에 대한 광범위한 자율권을 갖고 있었고, 높은 수준의 교사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문답은 1월 13일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전국참교육실천대회’ 교육정책 마당에서 핀란드 이베스킬레 대학교 교육연구소장인 요우니 봘리예르비 교수의 강연 후 질문 시간에 쏟아진 내용이다.
그는 핀란드의 PISA 관련 책임자다. 우리로 치면 교육평가원장 격이라 한다. 교육개발원, 교육평가원에서 우리 교육학자들과 양국의 교육과 평가에 관하여 토론하기 위해 지난주에 입국하여 희망제작소 등 시민·사회단체와 교사들에게 핀란드 교육에 대하여 강연했다.
핀란드는 교육력 세계 1위 국가다. 3년마다 시행하는 OECD 국가별 교육력 평가(PISA)에서 2000년 이후 연속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나라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2~3위에 오른다. 그러나 두 나라의 교육은 정반대라 할 만큼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교육
인구 530만 명에 불과한 핀란드 스스로도 PISA평가 결과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우리처럼 자원도 빈약하고 강대국 틈에 끼어 고달픈 역사를 간직한 나라로서 교육만이 살길이라 여기고 독일, 스웨덴 등 주변국가의 교육을 모방하다가 제도를 개혁하여 오늘날 모형을 이루었다고 한다.
핀란드 교육의 핵심은 평등성을 강조하는 통합교육이다. 영재교육을 따로 하지 않고, 장애아를 포함하는 모든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함께 서로 도우며 공부하도록 한다. 시험을 치러도 개인별 지도 자료로 삼을 뿐 성적을 공개하거나 통지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과거에는 경쟁교육론자들이 끊임없이 비판하고 경쟁을 강화하라고 촉구했지만 2000년 PISA평가 결과 발표 이후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핀란드 교육과 우리 교육의 결과는 비슷하지만 과정은 너무나 다르다. 그들은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결과가 비슷하다면 아이들이 행복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핀란드에서 배우자. (2009.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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