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개 고교 성적대로 줄 세우나?
교과부, 수능성적 국회 제출 방침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2000여 고교의 수능성적을 230개 시·군·구 단위로 나눠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지역의 교육단체들은 교과부의 이번 조치가 고교별 점수 격차를 그대로 드러내 전국 단위의 고교서열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8일 전교조 광주지부 등 지역 교육단체들에 따르면 최근 교과부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제기한 지역 간 성적 격차 분석을 위한 수능 원자료 제출 요구를 수용키로 했다.
교과부는 일단 지역과 학교, 학생을 기호로 표기해 노출을 방지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공개를 허용한 이상 수능 정보 노출이 불가피하다.
교과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는 학교별 점수가 아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전국 230개 시·군·구 단위로 구분한 가공자료 형태다. 여기에는 학교별 평균점수와 평준화와 비평준화 지역 간의 점수 격차, 국공립과 사립고교 간의 점수 격차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수험생의 개인정보는 물론 학교서열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학교의 성적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자료들이 전부 공개돼 성적에 따라 전국의 학교들의 서열이 결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결과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은 학교가 학생들을 압박해 교육현장이 더욱 삭막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교육단체들은 시·군·구의 지명과 학교 이름을 표기하지 않아도 노출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현재 16개 시·군 교육청들의 경우 지역의 고등학생 수와 학생 수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교과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와 16개 시·군 교육청 공개자료를 서로 대입하면 전국 2000여 개 고등학교들의 수능 성적을 거의 알 수 있게 된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전면 전환 촉구를 위한 광주·전남지역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교육에 경쟁을 들여오고 있는데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이어 수능성적까지 공개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정책이다”며 “성적이 낮은 학교 학생들의 정신적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갚라고 지적했다.
수능성적 공개가 고교등급제 시행의 전초전이라는 반응도 있다. 정부는 2013년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정책’을 폐지할 방침이다. 전국 2000여 개 고등학교들의 수능 성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면 애써 강조하지 않아도 고교들 간의 등급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 고등학교 교사 A 씨는 “성적만으로 따지면 국공립 학교가 사립고교에 뒤지기 때문에 더 좋지 않은 학교로 인식될 수 있다”며 “그러나 학교는 성적뿐만 아니라 인성교육도 중요한데 다른 요소는 전혀 배제된 채 오로지 성적에 의해 학교들의 서열이 매겨질 것이다”고 말했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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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개 고교 성적대로 줄 세우나?-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