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님 오시니 교육목표 외우도록”
광산구 중학교 `황당’지시…학교평가 과잉준비
`장학사님 오시는 날’ 학교가 발칵 뒤집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듯 하다.
“잘 보여야 한다”는 분부(?)따라 이곳저곳 분주하게 쓸고 닦고, 행여나 묻는 말에 제대로 답변못할까 두려워 숨죽였던 하루가 길었던 기억이다.
지금도 종합장학지도라는 이름으로 학교현장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연중행사다.
각 급 학교가 일 년 동안 세운 교육계획을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해왔는지 여부, 특색있는 학교사업을 해왔는지 등을 점검하는 자리다.
평가결과에 따라 해당교사 해외연수·학교엔 예산 지원 등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학교로선 무시할 수 없어 최선을 다해 준비할 수밖에 없다.
광주시교육청과 동·서부교육청도 이달부터 다음달 초까지 예의 종합장학지도를 펼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되던 장학지도가 올해부터는 1/3씩 이뤄진다”면서 “평가항목도 종전 100여 개에서 30개 항목으로 줄여 일선학교의 부담을 덜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가를 받는 일선학교 관리자들은 부담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급기야 광산구의 한 중학교에선 황당한 지시가 이뤄졌다. 9일 평가에 대비해 모든 교사와 학생들은 `학교교육목표’를 숙지토록 하라는 것. 교무회의에서 교장이 교사들에게 주문한 사항이었다.
그 자리에서 `협동하고 봉사하는 학생’ 등 다섯 가지 교육목표가 적힌 유인물이 배포됐다. 평가위원들이 물어봤을 때 잘 대답할 수 있도록 하라는 요구와 함께. 결국 암기를 강요했다는 결론이다.
“군사정권 시절 이념무장 교육이 떠올랐다”는 한 교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고 하소연했다.
지시를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무작정 학생들에게 강요할 수 없어 `대략 난감’한 것은 다른 교사들도 공통된 정서였다. 결국 한 번 읽어주고 이런 것도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노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교사는 “관리자의 `과잉준비’ 해프닝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학교평가가 일선학교에겐 얼마나 큰 부담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석했다.
“결국 학교를 등급화하고 서류준비 등 잡무로 교사들을 수업에 충실할 수 없도록 하는 학교평가가 굳이 필요한 것이냐”고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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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사님 오시니 교육목표 외우도록-광주드림
